이요셉-최지현씨 4월4일 웨딩마치… 배우들 출연 ‘6·25 퍼포먼스’ 벌여
155마일 DMZ순례 신혼여행은 무산
6·25전쟁의 상흔과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강원 철원군 철원읍 관전리 노동당사에서 다음 달 4일 웨딩마치가 울려 퍼진다. 3년 전 철원에서 만나 사랑을 꽃피운 청춘 남녀가 자신들의 결혼식을 통일을 기원하는 퍼포먼스로 준비했다. 이들은 결혼식에 ‘분단 70주년 DMZ(비무장지대)에서 피어나는 평화의 꽃’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결혼식 주인공은 신랑 이요셉 씨(31)와 신부 최지현 씨(36). 경기 포천 출신의 이 씨는 지역에서 개인 및 공동 창작 활동을 하는 미술가이고, 삼척이 고향인 최 씨는 철원 극단 ‘태봉의 후예들’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연극인이다. 두 사람은 함께 문화·봉사 활동을 하면서 가까워졌고 급기야 제2의 고향 철원에서 결혼식까지 올리게 됐다.
결혼식은 ‘태봉의 후예들’의 연극이 진행되는 사이 일종의 ‘연극 속 결혼식’ 형식으로 펼쳐진다. 국군, 인민군, 피란민으로 분장한 배우들이 총에 맞아 쓰러지는 전쟁퍼포먼스와 함께 결혼식이 시작된다. 쓰러졌던 국군 배우 가운데 1명이 일어나 사회자로 변신한다.
결혼식 하이라이트는 배우들이 다시 출연해 70년 전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에서 피어난 국군 남성과 인민군 여성의 사랑이 결혼으로 결실을 맺는 퍼포먼스. 배우들의 마지막 대사가 끝나면 어린이들이 등장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선창하고 다같이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기념촬영은 노동당사를 배경으로 하고, 결혼식장에서는 신랑 신부의 웨딩사진전도 열린다.
노동당사 결혼식은 최 씨가 먼저 제안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철원에서, 통일과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결혼식으로 하면 어떨까”라는 최 씨의 제안에 이 씨는 흔쾌히 동의했다. 결혼에 대해 이 씨는 “희생이다”, 최 씨는 “사랑의 마음”이라고 각각 말했다. 최 씨는 “이 같은 희생과 사랑의 마음이 만나 이뤄진 결혼처럼 이 두 가지가 있으면 통일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랑 신부는 당초 155마일 DMZ를 순례하는 것으로 신혼여행을 추진했지만 여건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 이들은 중고트럭을 타고 삼척 등 고향 지역을 둘러보는 것으로 신혼여행을 대신할 계획이다.
노동당사는 6·25전쟁 전 이 일대가 북한 땅이었을 때 옛 조선노동당의 철원군 당사로 쓰인 건물이다. 지상 3층의 러시아식 건물로 지금은 골조만 남아 있으며 벽에는 포탄과 총탄 자국이 많다. 전쟁 전까지 공산 치하에서 반공활동을 하던 많은 사람들이 잡혀와 고문과 학살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2년 5월 등록문화재 제22호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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