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산 둘레길’ 20km 남겨두고 중단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돌오름∼천아수원지 13km 개통후… 2015년부터 국비지원 끊겨 공사중단
“명품 여행길 위해 예산 확보해야”

28일 개통한 한라산둘레길 구간인 천아숲길을 탐방객들이 걷고 있다. 하늘을 찌를듯 빽빽이 자란 삼나무가 인상적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28일 개통한 한라산둘레길 구간인 천아숲길을 탐방객들이 걷고 있다. 하늘을 찌를듯 빽빽이 자란 삼나무가 인상적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새 잎이 돋아나기 전인데도 나무들이 하늘을 가렸다. 울창한 숲 속에서 제주 특산인 표고버섯이 한창 몸을 키우고 있다. 참나무 종류 자생수종이 숲을 이뤘다. 단풍나무도 군데군데 뿌리를 내렸다. 가을 단풍이 화려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했다. 한라산둘레길 돌오름에서 천아수원지까지 13km 코스의 풍경이다. 한라산둘레길을 관리하는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제주지부(지부장 강만생)는 이 길을 ‘천아숲길’로 명명하고 28일 60여 명을 초청해 개통 행사를 열었다.

코스 개발을 위해 일부 새로운 길을 내기도 했지만 대부분 예전부터 있던 임도를 활용했다. 노로오름(오름은 작은 화산체를 뜻하는 제주방언) 근처에서는 아름드리 삼나무 숲이 장관이다. 길가 햇빛이 드문드문 드는 곳에는 털이 뽀송뽀송한 새끼노루귀가 앙증맞게 하얀 꽃을 피워 봄이 왔음을 알렸다. 숲을 지나면서 나타난 하천인 광령천은 꾸불꾸불 이어가며 바다로 향했다. 숲과 하천 등이 어우러진 길이었다.

○ 한라산둘레길 중단 위기

이번 코스 개통 이후 한라산둘레길 조성은 당분간 중단된다. 국비 지원이 올해부터 끊겼기 때문이다. 강 지부장은 “환상 숲길로 불리는 한라산둘레길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예산 지원과 관심이 더 필요하다. 빼어난 자연생태와 경관은 물론이고 임산물 재배 및 채취 현장, 제주도4·3사건 유적 등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길이다. 특정 코스로 집중되는 한라산 등산객을 분산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한라산둘레길은 2010년부터 추진됐다. 서귀포자연휴양림, 돈내코, 사려니숲길, 한라생태숲, 관음사 야영장, 어승생수원지, 돌오름 등을 연결해 한라산 허리(해발 600∼800m)를 한바퀴 도는 80km 코스를 만들 예정이다. 서귀포시 무오법정사를 중심으로 동쪽으로 시오름∼돈내코∼사려니숲길 입구까지 조성됐으며 서쪽으로는 거린사슴∼돌오름구간이 있다. 이번에 돌오름에서 천아수원지까지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까지 조성된 거리는 64km가량이다.

○ 명품 여행길 조성 필요

해안에 올레길이 있다면 산 쪽에는 둘레길이 대표적이다. 둘레길의 최고 매력은 숲 속 삼림욕이다. 서귀포시 시오름에서 돈내코 사이 편백나무 숲은 다량의 피톤치드(살균성 물질)를 발산하는 곳이다. 탐방객은 물론이고 제주지역 주민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2013년 개통한 수악교에서 사려니숲길 입구 구간은 이색적인 화산탄을 비롯해 삼나무가 끝없이 이어지는 숲길이 있다. 삼나무 숲 터널을 지나도 봄에 밴 나무향기가 한동안 진하게 느껴질 정도다. 제주국제트레일러닝 기획자인 안병식 씨는 “지난해 10월 열린 100km 부문 대회에 처음으로 둘레길을 코스에 포함시켰다. 참가자들이 숲으로 이뤄진 둘레길 경관에 상당히 만족했다”고 말했다.

산허리를 한바퀴 도는 구간 연결 공사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현재 사려니숲길 입구에서 천아수원지 입구까지 제주시 지역 20km가량을 남겨뒀다. 한라산둘레길이 정상적으로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예산 지원과 함께 길 예정지를 관리하는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산림청, 제주시 등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탐방객 쉼터, 도로를 건너는 횡단보도, 버스정류소 설치 등을 해결해야 명품 코스로 성장할 수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 둘레길#중단 위기#국비 지원#돈내코#둘레길#편백나무 숲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