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도입 사업을 중개하면서 국방비 500여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는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66·구속)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이 회사 직원 김모, 고모 씨(수감 중) 등이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에 각종 서류 은닉처를 털어놨다. 검찰은 26일 도봉산 인근 컨테이너 야적장을 찾아갔다.
김 씨 등이 얘기한 1.5t 컨테이너를 열어 본 수사팀은 깜짝 놀랐다. 사업계획서와 각종 장부 등이 담긴 1t 분량의 서류상자,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이동식저장장치(USB), 녹음테이프 등이 빼곡히 쌓여 있었다. 이 회장이 직접 관리한 10년 치 무기중개 관련 서류와 파일이 있었다.
검찰이 비밀장소를 알아낸 것은 이달 11일 서울 성북구의 일광공영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직원 3, 4명이 서류를 외부로 빼돌리는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하면서다. 오랜 추궁 끝에 검찰은 본사 이 회장의 사무실 안에 있는 비밀공간을 파악한 뒤 이달 25일 두 번째 압수수색을 했다. 9.9m²(약 3평) 남짓한 이 공간은 1차 압수수색 당시엔 발견하지 못한 곳으로 비밀번호 잠금장치를 열어야 했다. 입구엔 감시용 폐쇄회로(CC)TV까지 설치돼 있었다.
검찰 조사결과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합수단 출범 직후부터 첫 압수수색이 이뤄진 날까지 100일 가까이 비밀방에 있던 중요 서류를 직원들을 시켜 매일 조금씩 빼돌렸다고 한다. 합수단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직원들이 당황한 탓인지 서류나 파일을 미처 정리하지도 못하고 급하게 빼돌린 흔적도 나왔다. 검찰은 29일 김 씨 등을 구속했으며, 구속된 후 로비 의혹에 대한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이 회장을 상대로 본격적인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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