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관행·통념 타파로 진정한 세계적 대학으로 도약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1일 03시 00분


[총장, 대학을 바꾸다]

김용민 총장
김용민 총장
포스텍(POSTECH·포항공대) 김용민 총장은 2011년 9월 외부 인사로는 처음으로 포스텍 총장에 부임했다. 김 총장은 “포스텍을 자타가 공인하는 명실상부한 세계 선도 대학으로 만들기 위한 튼튼한 기반을 다지고 교육과 연구의 수월성을 실현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총장 제의를 수락한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포스텍은 대학 운영에 있어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과 재무적 관점을 고려하는 데 중점을 뒀다. 대학이 지속 가능할 수 있으려면 재원 조달 노력도 중요하지만 관행적인 예산 누수를 없애고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출발이었다. 포스텍은 원가에 입각한 교육, 연구공간 배정과 사용에 대한 기준 수립, 연구간접비 제도 변경 등 관행과 통념을 타파한 제도를 실천 해왔다.

포스텍이 바라는 인재상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열정과 역량으로 극복해 나가며 창의성과 도전성, 그리고 인성을 갖춘 사람’이다. 또 사회와 국가,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과학기술계의 글로벌 리더를 추구한다. 김 총장은 “이를 위해 신입생 선발 시에도 학문에 대한 꿈, 열정, 창의성과 도전 정신, 사명 의식을 주로 관찰하고 고교 학업성취도가 부족하더라도 잠재력을 지닌 학생들이라면 선발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포스텍은 창의성과 잠재력을 발굴하고 그 재능을 더욱 빛내 주는 소수정예의 연구중심형 교육, 학부생들에게 관심과 열정을 불어넣어 스스로 배워 갈 수 있는 학습자 기반 교육, 국제적 감각과 섬김의 리더십을 지니고 교육과 연구를 통하여 사회적 공헌을 할 수 있는 교육을 교육목표로 하고 있다. 포스텍은 대학 설립 초기부터 소수의 이공계 학과로 구성된 과학기술특성화대학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포스텍은 이 틀을 유지하면서 대학의 비전과 연계하여 △교육과 연구의 수월성 추구 △학제간 융복합 교육 및 연구 △ 소재분야를 포함한 선택과 집중 △포스텍 고유의 창업 생태계 구축 등을 추구하고 있다.

최근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 김 총장은 “다른 대학들과 달리 포스텍은 취업 문제 고민이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졸업생의 75.5%가 대학원에 그대로 진학하고 있고 그 나머지 학생들이 취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오히려 포스텍에서는 졸업생들의 취업률보다는 한 명의 우수한 리더를 길러내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포스텍은 세계의 벤처기업 창업 과정을 체험하고 이를 통해 스스로 창업 동기를 부여하도록 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창의IT융합공학과)을 운영하고 있다. 2013년에는 대학원생들이 미국 보스턴에 있는 벤처기업에서 인턴십을 수행했다. 지난해 9월에는 포스텍 출신의 동문기업인들이 중심이 되어 구성된 APGC와 협력해 공동 창업지원 조직인 APGC-Lab을 열었다.

포스텍은 국제화 정책에도 다른 대학들보다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2010년 한국 대학 최초로 선언한 ‘영어공용화’ 정책이 그 예다. 포스텍은 대학의 모든 공식 문서와 공지 내용, 교내 공식 회의 모두에 국어와 영어를 혼용 중이다. 김 총장은 “해외 단기 유학 프로그램을 비롯해 글로벌기업 인턴십, 문화 탐방, 에티오피아 해외 봉사 활동 등 다양한 해외파견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해외 파견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해외 대학 연구참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포스텍이 30년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아시아 최고 수준의 대학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던 것은 재단과 함께 산업화 과정에서 빠르게 경제 수준을 높인 포항 지역사회의 힘이 컸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제조업으로 성장한 도시들은 급변하는 경제 속에서 반드시 위기를 경험하기 마련”이라며 미국의 시애틀, 피츠버그, 오하이오, 버펄로 등지를 예로 들었다. 김 총장은 “시애틀과 피츠버그는 연구중심대학이 중심이 돼 지식산업으로 방향을 전환하며 도시 재생에 성공했고 영스타운과 버펄로는 현재도 그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철강산업으로 급격하게 성장한 포항 역시 위기를 겪기 전에 그 대책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며 “포스텍이 지역 발전과 혁신의 중추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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