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에 ‘안전’과목 신설… 지자체에도 재난사태 선포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1일 03시 00분


정부, 세월호 참사 1년 만에 ‘안전혁신 마스터플랜’ 확정

2017년부터 정규 교육과정에 안전 교육이 의무적으로 포함된다. 또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재난사태 선포권이 부여되는 등 지자체의 재난 관련 책임과 권한이 강화된다.

정부는 30일 이완구 국무총리 주재로 제54차 중앙안전관리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의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심의, 확정했다. 지난해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고 1주년을 앞두고 정부 차원에서 마련한 재난안전 관련 중·장기 계획이다. 이번 마스터플랜은 △재난안전 컨트롤 기능 확립 △재난현장 대응역량 강화 △생활 속 안전문화 확산 △재난예방 인프라 확충 △분야별 안전관리 추진 등 5개 전략 아래 100개 세부과제로 구성됐다.

우선 어린 시절부터 안전 습관이 몸에 배도록 모든 학교에서 안전 교육이 의무화된다. 교육부는 9월 확정되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에 안전 교육을 필수로 넣을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2017년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이듬해 중고교에서 안전 교육이 실시된다. 별도의 교과가 신설되거나 기존 교과에 안전 관련 단원이 포함되는 방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업 시수를 논의하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안전 교과나 단원을 추가하는 것은 교육 내용 신설 후 검토할 문제”라고 밝혔다.

지자체의 재난 대응 권한과 책임도 강화된다. 그동안 국민안전처 장관의 권한이던 재난사태 선포권을 지자체장도 갖게 된다. 재난사태가 선포되면 해당 지역 소재 행정기관 소속 공무원을 비상 소집할 수 있으며 3개월분의 비상대비 비축물자도 사용할 수 있다. 또 각 시도에 재난안전 업무를 전담하는 실·국·본부가 설치되며 지방직 3급 이상의 일반직 공무원이 이를 총괄한다.

그동안 안전 기준이 없거나 부처 간 차이 때문에 혼란이 빚어진 것을 개선하기 위해 안전처 차관을 의장으로 하는 안전기준심의회를 신설한다. 심의회는 각종 안전 기준을 정비하고 안전관리 업무의 민간 위임 및 위탁 방식도 손본다. 당장 7월부터 여객선 안전을 점검하는 운항관리자 업무가 관련 선사들의 이익 단체인 한국해운조합에서 공공기관인 선박안전기술공단으로 이관된다. 안전처 관계자는 “안전에 관해 ‘규제 완화는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9일 담화문을 통해 ‘안전혁신 마스터플랜’ 수립 의사를 밝혔다. 이후 관련 부처는 일반 국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번 안을 내놨다. 한편에서는 ‘혁신’ 수준의 정책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세부 계획 수립과 시행 과정에 문제도 예상된다. 재난사태 선포권을 지자체장에게 준다고 지자체의 대응 능력이 향상된다고 보기 어렵다. 선출직인 지자체장이 스스로 자기 지역을 재난지역으로 자인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안전 교육 의무화도 안전처는 교과 신설을, 교육부는 기존 교과에 단원을 추가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는 등 부처별 조율도 남아있다.

게다가 정부는 4월 말까지 우리 사회의 각종 위험 요소를 발굴하는 ‘국가안전 대진단’을 마칠 예정이다. 대진단 결과에 앞서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이 나온 것은 의사가 진찰도 마치지 않았는데 처방이 나온 셈이다. 정부는 각종 안전 정책 및 사업 추진에 향후 5년간 3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예산 조달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는 “재난사태를 선포할 정도가 되면 이미 국가적인 문제인데 이를 지자체에 떠맡기는 것은 정부가 무책임한 것”이라며 “안전혁신 마스터플랜 발표도 안전 대진단에 대한 종합적 분석을 마친 뒤 이뤄졌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인찬 hic@donga.com·이철호 기자
#안전#과목#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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