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증거조사할 내용 많지 않아”… 이르면 5월중 선고 방침 밝혀
趙 “역지사지 의미 뼈저리게 느껴”
항공기 회항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1)의 재판이 1심에 이어 항소심도 속전속결로 마무리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1일 조 전 부사장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에서 “생각보다 증거조사 할 내용이 많지 않고 피고인 측이 원하는 대로 변론을 해도 한번에 다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 재판에 변론을 종결하고 피고인 최후진술까지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일 두 번째 공판을 끝으로 모든 변론을 마치고 이르면 다음 달에 선고를 할 것으로 보인다.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받은 조 전 부사장 측이 항소심에서 다툴 쟁점이 많아 재판이 길어질 거라는 관측을 뒤집은 초고속 진행이다. 이에 앞서 1심도 검찰이 기소한 후 37일 만에 선고가 이뤄져 통상적인 재판에 비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이날 조 전 부사장 측은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 판단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주력했다. 1심 재판부는 “항공기 이륙 전 지상 이동도 항로”라며 항공기 항로변경죄를 유죄로 판단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22초 동안 17m 후진한 것은 ‘이미 정해진 항로’의 변경이 아니어서 처벌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승무원에 대한 폭행 혐의(항공기 안전운항 저해폭행)도 “항공보안법의 입법취지상 당시 (조 전 부사장의) 행동이 보안이나 운항을 저해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른 쟁점에 대해선 재판부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1심에서 유죄가 난 업무방해와 강요 혐의를 인정하고 무죄 주장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는다고 해도 쟁점이 많아지면 재판이 길어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비난 여론과 93일간의 수감 생활로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상태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교훈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선처를 구했다.
이날 법정은 국내외 취재진과 일반인 방청객 등 90여 명이 몰렸다. 연녹색 수의에 머리를 뒤로 묶고 나온 조 전 부사장은 시종 고개를 숙인 채 가끔 두꺼운 뿔테 안경 사이로 방청석 쪽을 곁눈질하기도 했다. 그는 재판 말미에 발언 기회를 얻어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빈다.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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