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비 1000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학재벌’ 이홍하 씨(76)가 자신이 소유한 대학 교수들에게 대출을 강요한 뒤 돈을 받아 가로챘다가 억대 배상금을 물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14부(부장판사 정종관)는 신경대학교 교수 5명이 이 씨와 김응식 전 서남대 총장(58), 송문석 전 신경대 총장(61)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씨 등이 교수들에게 각각 1600만~2960여만 원씩 총 1억166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씨는 2006년 김 전 총장과 송 전 총장에게 “교수들 명의로 사립학교 교직원연금공단으로부터 생활안정자금을 대출받아주면 학교에서 대신 상환해주겠다”며 대출을 받아 자신에게 건네도록 지시했다. 이에 두 총장은 “이사장의 지시사항”이라며 교수들 명의로 대출받을 것을 요구했고, 교수들은 2350만~3700만 원까지 각각 대출받아 학교에 건넸다. 하지만 학교 측이 상환 약속을 지키지 않자 교수들은 “대출을 강요하고 협박한 뒤 생활안정자금을 가로챘다”며 2013년 7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월 “이 씨가 교수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이 씨 등의 대출 요구가 협박이나 강요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압도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대출을 받아줘야 할 아무런 법적, 도의적 의무가 없는 교수들에게 부당한 요구를 했다”며 교수들의 손을 들어줬다. 또 “교수들도 대출 요구를 거절할 경우 인사 상 불이익 등을 우려해 마지못해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교수들이 대출금을 실질적으로 본인들이 부담하게 되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이 씨 등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 씨는 신경대 뿐 아니라 전북 남원 서남대와 전남 광양 한려대·보건대 등 6개 대학과 1개 대학원, 3개 고교를 설립해 운영하면서 교비 1003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2013년 6월 1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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