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회비용 빼먹고… 납품社와 비리 결탁… ‘오발탄’ 사격연맹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7일 03시 00분


‘스포츠 4대악’ 합동수사반에 걸려

대한사격연맹 간부들이 횡령과 불법무기소지 혐의 등으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거나 처벌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부정으로 얼룩진 연맹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스포츠4대악 합동수사반은 대한사격연맹의 한 임직원이 국제 사격대회경비 수억 원을 횡령한 정황을 포착하고 구속영장 신청에 앞서 최종 확인 작업 중인 것으로 6일 확인됐다. 문화체육관광부, 검찰, 경찰이 참여한 합수반은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병폐(△승부조작△입시비리△조직사유화△성폭력)를 척결하기 위해 지난해 2월 출범했다. 최근 잇단 총기사고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지난해 6월 연맹 내 총기담당이 불법 무기소지 혐의로 입건된 사실이 드러나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 항공비·숙박비·식비 등 수억 원대 과다 계상


본보 취재 결과 대한사격연맹의 A 부장은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국가대표 사격선수의 항공비·숙박비·식비 등의 경비를 서류상으로 과다 계상해 수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현재도 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참석에 필요한 여러 행정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핵심 인사다. 합수반은 연맹 내 또 다른 임원인 B 씨의 횡령 혐의를 수사하던 중 A씨의 횡령 혐의를 포착했다. 합수반 측은 아직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지만 곧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앞서 합수반은 지난해 12월 전 국가대표 감독 출신인 B 씨가 전지훈련 숙박비, 식비 등을 과다 계상해 10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발표한 바 있다.

사격연맹 직원이 총기 관련 혐의로 처벌된 사례도 있다. 지난해 6월 선수용 총기를 관리·감독하는 연맹 직원 C 씨는 허가받지 않은 사냥용 공기권총 SJ38 1정을 본인 사무실에 보관하다 적발돼 불법 무기소지 혐의로 서울 노원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됐다. C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인 부탁으로 보관하고 있던 것이다. 바쁜 일정 탓에 깜빡했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사격연맹 총기 담당자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C 씨는 지난해 12월 벌금 30만 원을 선고받았다. 2010년에는 연맹의 모든 업무를 주관하는 조정희 실무부회장이 공기총 실탄 불법납품 혐의(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 징계위도 안 열고 뒷짐만

연맹 임직원이 특정업체와 결탁해 일선 학교장, 사격코치 등에게 해당 업체의 제품을 쓰도록 사실상 강요했다는 사실 또한 이미 업계에 파다한 소문이다. 충북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했던 모 감독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연맹의 한 고위 임원이 전자표적을 판매하는 업체 직원 한 명을 대동해 학교로 찾아와서는 교장과 나에게 해당 업체의 제품 사용을 권유했다”며 “다른 학교 여러 곳에 들러 같은 이야기를 했다. 유착관계가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벌금형을 받은 조 부회장은 2012년 대한사격연맹이 주관한 국내 대회 상패를 본인이 운영하는 체육사에서 일괄 납품해 연맹 직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임직원들의 각종 부정행위에도 연맹 고위 간부들은 징계위원회 한 번 열지 않고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이다. 연맹 안팎에서 “윗물이 썩었는데 아랫물이 맑겠냐”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이유다. 반면 연맹 측은 징계위원회를 열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다른 대회 진행 탓에 바빴다. 곧 조치하겠다”는 등의 답변을 내놨다.

지원금이 끊길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체적으로 부정행위를 보고도 못 본 척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대한사격연맹은 매년 대한체육회, 체육진흥기금 등으로부터 40억원대의 국고보조금을 받고 있다. 내부 사정에 밝은 모 전 국가대표 감독은 “이사회 때 징계위를 열고 처벌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다가도 ‘(지원이) 끊길 수 있다’는 이야기에 꼬리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며 “하루빨리 대대적으로 연맹을 구조조정해 선수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형 monami@donga.com·강홍구 기자
#스포츠#사격연맹#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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