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부동산기업 뤼디(綠地)그룹이 2일 제주도에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을 설립하겠다고 나섰다. 지난해 1호 투자개방형 병원을 추진하던 중국계 산얼병원이 자격 시비와 부실 검증 논란 끝에 승인이 불허된 지 7개월 만이다.
일단 뤼디그룹의 자본력만큼은 합격점을 받고 있다. 부동산 개발 재벌인 뤼디그룹은 연매출이 50조 원이 넘는 거대 기업이다. 모기업의 부도 등 재정 투명도가 떨어졌던 산얼병원과는 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그뿐만 아니라 약 1조 원 규모의 제주헬스케어타운 설립을 진행 중이라 병원 설립(약 800억 원 소요)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뤼디그룹은 종합병원을 운영한 경험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운영의 목적이 자칫 수익 창출에만 매몰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의료의 질을 담보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제주도특별자치법에 따르면 투자개방형 병원에 근무하는 외국인 의사는 국내 의사 면허가 없어도 된다. 자격 및 경력의 제한을 받지도 않는다. 관련 서류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전문의가 아니고, 경험이 적어도 진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외국인 의사 고용 비율에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녹지국제병원은 중국인 의료 관광객을 주 고객으로 운영될 예정인데, 모든 의사를 중국인 의사로 고용해도 무방한 상황이다. 이럴 경우 ‘일자리 창출’이라는 투자개방형 병원 추진의 명분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산얼병원도 문제가 됐던 응급의료체계도 미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지부와 제주도에 따르면 뤼디그룹은 제주대병원과 응급의료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병원 예정지인 서귀포시 토평동과 제주대병원이 위치한 제주시 아라동은 약 30km 거리다.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제주대병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영리병원 논란이 커지면 MOU를 파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1호 투자개방형 병원은 그에 걸맞은 자격을 갖춰야 한다. 1차 승인권을 가진 복지부와 최종 허가권을 가진 제주시가 녹지국제병원을 둘러싼 우려를 철저하게 검증하고 보완해 제2의 산얼병원 사태만은 막아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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