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어떤 시행령과 제도도 이처럼 다양하게 의견을 수렴하고 검토한 적은 없었다.”
방송통신위원회 최성준 위원장은 7일 경기 과천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광고총량제가 다른 미디어 업종에 미치는 영향에 비해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최 위원장은 “방송광고 산업 전문위원회를 설치해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했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효과 측정도 끝냈다”며 “공청회를 통해 시민단체와 학계의 의견도 들었다”고 강조했다.
지상파 광고총량제는 현재 프로그램 광고(시간당 6분), 토막광고(회당 1분 30초) 등 유형별로 엄격하게 규제돼 있는 지상파의 광고 형식 규제를 없애겠다는 정책이다. ‘지상파 방송 광고 쏠림 현상’ 등 미디어 산업 생태계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큰 제도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달 발표한 ‘언론 산업 현실과 광고정책 논란 진단’에 따르면 광고총량제의 핵심 내용인 ‘광고 시간을 현행 60분 프로그램 기준 6분에서 최대 9분으로 늘리는 방안’에 대해 국민의 66.8%가 반대했다.
특히 ‘광고총량제 도입의 결과로 광고 시청 시간이 늘어나 방송 프로그램을 보는 데 불편할 것’이라고 답한 국민은 78.1%나 됐다. 광고총량제 도입이 시청자 복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드러난 결과다.
방통위는 1년 넘게 광고총량제 도입을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면서 한 번도 이런 여론조사를 한 적이 없다. “여러 의견을 들었다”고 한 최 위원장의 말이 무색하다.
최 위원장은 또 “광고총량제 실시로 유료방송 등 미디어 업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알고 있다”며 “우려했던 현상이 나타난다면 보완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광고총량제가 미디어 업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최 위원장이 자인한 셈이다.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통위는 의견을 수렴했다기보다 의견을 듣는 형식적인 절차를 거친 것”이라며 “문제가 생기면 고친다는 사후처방식 태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책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해당되는 관련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수정해 나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최 위원장은 “충분히 고민했으니 일단 시행하겠다”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정책 입안 책임자가 “충분히 고민했다”고 하는데도 현장의 우려가 크다는 것은, 그 고민의 시간이 그만큼 비효율적이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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