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4월의 주제는 ‘안전’]<66>생각만 말고 이젠 꼭 배우세요
“저 할머니 어떡해요. 누가 빨리 119 불러요.” 지난해 10월 17일 오후 2시경 부산 연제구 연산동 지하철역에서 김모 씨(62·여)가 갑자기 가슴을 움켜잡고 쓰러졌다. 시민 30여 명이 김 씨 주위를 둘러쌌지만 다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만 동동 굴렀다. 이때 한 여고생이 무릎을 꿇더니 김 씨의 가슴을 누르기 시작했다. 흉부압박과 인공호흡을 수차례 반복했다. 잠시 뒤 창백했던 김 씨의 얼굴에 붉은 빛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곧이어 119구급대가 도착했고 김 씨는 며칠간 병원 치료를 받은 뒤 건강한 몸으로 퇴원했다. 지하철역에서 그의 목숨을 구한 건 윤혜신 양(18·양산여고 2년). 윤 양은 과거 소방서에서 배운 심폐소생술 덕분에 생명이 위태로웠던 심장질환 환자를 구했다.
9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심정지 환자는 3만309명. 이 중 병원 도착 전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받아 회복된 환자는 5.3%에 불과했다. 심정지 환자의 퇴원 생존율은 2013년 4.9%였다. 2010년 3.3%보다 약간 높아졌지만 스웨덴 7.8%, 일본 6.2%, 대만 6.0% 등에 비하면 여전히 낮다. 심장이 멎어 4분 이상 대뇌에 혈액 공급이 중단되면 뇌손상이 시작된다. 10분 이상 중단되면 뇌사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4분의 ‘골든타임’이 중요한 이유다. 이때 정확한 심폐소생술은 생존율을 3배 이상 높일 수 있다.
지난달 25일 기자는 부산 남구 동명대 BLS센터에서 직접 심폐소생술을 배웠다. BLS는 ‘Basic Life Support’(기본인명구조술)의 약자다.
“그렇게 살짝 누르시면 효과가 없어요. 힘을 줘 5∼6cm 정도 깊이로 눌러야 합니다.” 양손 깍지를 끼고 인형의 가슴 중앙에 손을 올렸다. 양팔이 인형 가슴과 수직이 되도록 어깨와 허리를 쫙 폈다. “하나 둘 셋 넷….” 숫자를 외치며 가슴을 30차례 눌렀다. 속도는 1분당 100∼120번. 이어 재빨리 왼손으로 이마를 누르고 오른손 엄지로 턱을 당겨 기도를 확보한 뒤 입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입을 크게 벌리고 인형 입을 완전히 덮어 1∼2초 동안 힘껏 불었다. 인형 가슴이 부풀어 오르면 성공. 여기까지가 ‘한 세트’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자세가 흐트러지리기 시작했다. “가족이나 이웃이 갑자기 쓰러졌다고 생각해 보세요. 과연 심폐소생술을 하실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몸으로 익히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강사의 말에 얼른 자세를 바로잡았다.
심폐소생술은 대한심폐소생협회 대한적십자사 소방서 등에서 배울 수 있다. 가까운 기관으로 미리 전화를 하거나 온라인을 통해 교육을 신청하면 된다. 심폐소생술 전 지켜야 할 수칙도 있다. 먼저 주변 사람들에게 “거기 파란색 점퍼 입으신 분 119에 신고해 주시고요, 모자 쓴 학생은 자동제세동기 갖다 주세요”라며 손가락으로 정확히 대상을 가리켜 말해야 한다. 이승준 명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심폐소생술은 학생 때 제대로 교육을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일반인도 자동제세동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