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유람선은 서울의 대표적 데이트 코스 가운데 하나다. 넓은 한강과 서울 강남·북의 전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점은 한강 유람선의 가장 큰 장점이다. 지난달 27일 오후 기자 커플은 저녁 뷔페가 제공되는 277t급 유람선 ‘브리타니아호’에 올랐다. 기자의 여자친구는 한강 유람선에 처음 타는 것이었다.
한강에서 유람선을 타려면 우선 여의도로 가는 게 좋다.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근처 여의도 선착장에는 유람선 프로그램이 8개나 된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면 잠실 선착장에서 타는 ‘코코몽 유람선’도 괜찮다. 애니메이션 ‘코코몽’ 연극이 선상에서 펼쳐진다. 한강 유람선 운항사인 이랜드크루즈 윤상호 주임은 “지난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나온 디너뷔페크루즈는 매일 만선(150명 정원)을 이룰 정도로 인기가 좋다”며 “공연과 야경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라이브크루즈’와 무제한으로 칵테일이 나오는 ‘칵테일크루즈’도 젊은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나고 있다”고 말했다.
디너뷔페크루즈는 만만찮은 가격(1인당 평일 6만 원, 주말 6만5000원)이지만 그만큼 맛있는 식사로 유명하다. 냉동식품이나 싸구려 조미료 맛이 가득한 다른 뷔페음식과는 다르다. 윤 주임은 “유명 레스토랑 브랜드를 기반으로 자체 조리팀을 따로 운영하기 때문에 식사의 질이 높다”고 강조했다.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로맨틱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연출된다. 유람선 안에는 창 밖으로 펼쳐지는 서울 야경과 라이브 공연을 즐기며 사랑을 키우는 젊은 커플이 많다. 원하는 사람에게는 기념일 축하 이벤트도 제공한다. 기자가 탄 이날 저녁엔 마침 생일을 맞은 미국인 관광객 가족이 탑승객 전원에게서 생일 축하 박수를 받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유람선 데이트의 핵심인 ‘야경’이 생각만큼 아름답지 않다는 것이다. 아직 쌀쌀한 밤기운 탓도 있지만 아파트와 고층빌딩이 가득한 한강변의 풍경은 다소 음울한 분위기다.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그리고 가까운 중국 상하이의 야경에 비해선 ‘한 수 아래’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그래도 사람 건물 자동차로 빽빽한 서울 하늘 아래서 한강 유람선처럼 유유히 경치를 구경하며 만찬까지 즐길 수 있는 장소는 흔치 않다. 특히 기자 커플처럼 시작하는 연인들에게 한강 유람선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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