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신문, 세상 살아가는 지혜의 곳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3일 03시 00분


곽흥렬 수필가
곽흥렬 수필가
신문은 온갖 읽을거리를 제공해주는 정보의 바다이자 지식의 곳간이다. 오늘날처럼 톱니바퀴 물린 듯 돌아가는 일상에서 그다지 큰 노고를 들이지 않고 다양한 삶의 양식을 가꿀 수 있는 수단으로 어디 신문만 한 것이 있을까. 그러기에 나는 이른 아침 깨어나자마자 거의 무의식적으로 현관문을 열어 조간신문을 주워 드는 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상큼한 잉크냄새가 술기운처럼 확 풍겨온다. 흐릿해 있던 의식은 금세 또렷해진다. 세상이 아직 새벽의 단꿈에서 헤매고 있을 시각에 밤새 기사를 작성하고 편집하고 인쇄하느라 애쓴 이들의 체취가 채 가시지 않은 조간신문을 이렇게 현관 앞에 떨어뜨려 놓고 간 배달원의 노고에 고마운 마음을 갖는다. 조금이라도 빨리 펄떡이는 새 소식을 전해주려고 그들의 이마에는 구슬땀이 맺혔으리라.

정치면을 한달음에 일별하고 곧바로 사회면으로 옮겨간다. 오늘은 또 무슨 사건들이 터졌나. 세상이 이리 뒤숭숭해서야 장래 나라꼴이 어찌 될꼬. 이내 경제면 쪽을 뒤적인다. 오늘은 생선 값이 얼마나 오르고 농산물 값이 몇 퍼센트나 떨어졌나. 증권 시세는 어떻게 되었지. 문화면을 놓칠 리 없다. 서른 해 전부터 글이랍시고 긁적거리며 작가연하고 있는 주제이니 문화면에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지 모르겠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이렇게 한달음에 순배를 도는 데 거의 이십여 분이 든다.

하지만 이쯤해서 읽기를 끝내 버린다면 진정 신문의 참맛을 아는 애독자라고 말할 수 없으리라. 신문 읽는 재미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라고 한다면 어폐가 있을까. 나는 마치 무슨 대단한 연구나 시도할 사람처럼 본격적으로 바닥에 배를 깔고 큰 대(大)자로 엎드린다.

하루 중 깨어있는 시간의 일 할을 투자해 얻어내는 수확이 만만치 않다. 주먹구구식으로 이해득실을 따져보아도 플러스 쪽으로 훨씬 무게중심이 실릴 것 같다. 딱 부러지게 말은 못하지만 내 알량한 지식이랄까 식견의 절반 이상은 신문을 통해 얻어진다고 보면 대충 맞지 싶다.

신문 속에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진실로 소중한 삶의 지혜가 수도 없이 숨어있다. 그 하나하나가 때로는 삶의 신선한 귀감으로, 때로는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타산지석으로 각기 나름의 의미를 달고서 내게로 다가온다. 사실은 이것이 내가 신문을 읽는 진짜 이유이다.

곽흥렬 수필가
#신문#정치#사회#문화#진실#삶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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