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와 유가족이 11일 서울 종로와 을지로에서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하고 5시간 동안 도심을 마비시켰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다음 날 오후 현안 브리핑에서 “어제 경찰이 집회를 마치고 청와대로 향하려던 유가족과 시민들을 향해서 캡사이신 최루액을 뿌리고 20여 명을 무차별 강제 연행했다고 한다”며 “과잉 대응에 대한 경찰의 사과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경찰의 최루액 사용을 “부끄러운 악행”이라고 표현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최루액을 쏜 경찰이 과연 과잉 대응한 것인지 짚어 봐야 할 듯하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집회하려는 측은 미리 경찰서에 신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해산 명령을 받으면 즉시 해산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청와대나 외국 대사관 100m 이내에선 시위를 금지하는 규정도 있다. 국회의원이 만든 법 내용이다.
집회신고를 하지 않은 시위대는 이날 오후 7시에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로 향하려다 경찰에 막히자 오후 8시 5분부터 종로와 을지로 모든 차로를 무단점거하고 행진한 뒤 오후 9시경 세종대로를 재차 점거했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있었지만 이들에겐 고려 대상이 아니었고 최종 목표 지점은 청와대로 정했을 정도다. 도로 점거로 차량이 다니지 못하면서 많은 시민이 큰 불편을 겪은 점 정도는 시위대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자정 무렵까지 서울 한복판인 광화문 일대에서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 때문에 서민의 발인 버스가 오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은 입으로만 10차례에 걸쳐 시위대가 ‘해산하시길’ 애원했을 뿐이다. 경찰의 소극적인 자세를 잘 아는 시위대는 경찰 방패도 빼앗고 질서유지선 일부를 훼손하기도 했다. 그제야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액을 뿌리면서도 “유족에겐 뿌리지 말라”는 지시를 잊지 않았다.
불법 시위로 피해를 보는 시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무능 경찰을 향해 야당은 ‘과잉 진압’을 문제 삼고 있다. 자정까지 도심을 마비시키며 운전으로 생업을 이어가는 서민과 모처럼 도심 나들이에 나섰던 수많은 시민에게 끼친 불편이 야당 의원 눈에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야당이 지적해야 할 점은 따로 있다. 자정까지 도심 교통을 마비시키는 시위대를 그저 지켜만 보고 시민 불편을 외면한 채 청와대행만 막기에 급급한 무능 경찰의 안일한 대응이다. 충분히 자기주장을 펼 수 있는데도 굳이 도로로 뛰어든 불법 시위대의 막무가내도 지적했어야 한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야당 의원이 경찰에게 윽박지르는 건 ‘청와대를 겨냥만 한다면 불법 시위도 지원하겠다’는 신호는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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