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생계난에… 파키스탄 가족과 위장결혼한 세 모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5일 03시 00분


생활비 주겠다는 말에 속아 외국인 父子 등 국적 취득 도와

1999년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 땅을 밟은 파키스탄인 A 씨(51). 경기 시흥시의 한 공장에 취직한 A 씨는 돈을 벌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문제는 비자였다. 관광비자로 입국한 그는 얼마 못 가 한국을 떠나야 했다. 돈을 벌려면 장기간 안정적으로 체류해야 했다. A 씨는 직장 동료 B 씨(47·여)에게 눈길을 돌렸다. B 씨는 이혼한 뒤 쌍둥이 딸들을 데리고 모텔을 전전하며 살고 있었다. A 씨는 B 씨에게 “위장결혼을 하면 월세와 생활비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2001년 두 사람은 결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결혼 직후 A 씨는 돌변했다. B 씨 가족에게 자신의 집 방 한 칸을 내줬을 뿐 아무런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았다. 한국 국적을 얻자마자 이혼한 A 씨는 자신의 친구에게 B 씨를 소개해 두 번째 위장결혼을 알선했다.

심지어 2014년 A 씨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B 씨의 두 딸(21)에게 휴대전화 연체료(160만 원)를 내주겠다고 꾀어 파키스탄에서 데려온 자신의 아들(24), 조카(31)와 위장결혼을 시켰다.

A 씨의 비뚤어진 ‘코리안 드림’은 엉뚱하게 막을 내렸다. A 씨는 위장결혼을 한 아들에게 “단속에 대비해 부부라는 증거를 남겨야 하니 키스나 애정 행각 장면을 사진으로 찍으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B 씨의 두 딸은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했고 결국 A 씨의 위장결혼 행각은 덜미가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A 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위장결혼을 도운 파키스탄인 2명을 쫓고 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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