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 생각해도 기막힌 세월호 침몰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다. 어떻게 그 많은 사람이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는지, 어떻게 승객을 버려두고 선장과 승무원들만 탈출했는지, 해경은 스스로 탈출한 사람 외엔 왜 한 명도 구할 수 없었는지, 배가 침몰하는 시점에 ‘전원 구조’라는 잘못된 소식이 어떻게 전해졌는지…. 의문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당시에 뭔가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가만히 있지 말고 서로서로 도와 탈출하라”라고 선내방송 한 번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끝 간 데 없이 밀려온다.
세월호의 근본 원인은 이기심
해양안전심판원은 지난해 말 참사의 원인을 분석한 ‘여객선 세월호 전복사고 특별조사 보고서’를 내놨다. 검찰은 관련자 399명을 입건하고 154명을 구속했다. 무리한 증축, 화물 적재량 초과, 선체 복원에 필요한 평형수(平衡水) 감축, 운항 미숙, 안전 교육 미비 등이 세월호 참사의 복합적 요인이라고 한다. 그런데 국민 가슴에 남아 있는 이 불편함과 미진함의 정체는 뭘까.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려 그 상황이 됐을 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비굴하게 도망치는 선장의 모습이 나는 아닐까. 세월호에 직간접으로 연루된 사람을 비난하긴 쉬워도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남이야 어떻게 되건 말건 자기만 살겠다고 하는 이기심의 극단적 발로가 세월호에 드러났다. 대한민국은 어쩌다 이런 이기적인 사회가 되었나.
생물학자들은 말한다.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라고. 이기적 인간들이 각자도생(各自圖生)하면 공멸하기에 인간은 타인과 타협하고 양보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왔다. 이것이 근대 시민사회를 떠받치는 공공성이다. 권위주의 시대를 거쳐 우리 국민은 민주화와 함께 권리의식에 급격하게 눈뜨기 시작했다. 문제는 사익에 대한 권리주장을 민주주의라고 착각하고 진짜 중요한 덕목인 공공성을 연마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우리’라는 이데올로기에서 깨어난 개인이 저마다 권리와 이익을 내세우되 남을 생각하지 못하는 이런 모습을 황경식 서울대 명예교수는 ‘저마다 잘난 바보들의 행진’이라고 묘사했다.
지난 1년간 온 사회가 나서 선장과 선원을 단죄하고, 구조 책임을 다하지 못한 해경이 해체되고, 퇴직 공무원의 관련 기관 취업을 금지하고, 국민안전처가 생겼지만 안심하는 국민은 없다. 시스템은 개혁하는 시늉이라도 냈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개개인의 의식이 달라지지 않으면 소용없다. 사익에만 관심을 쏟고 나와 관련 없는 일은 생각해보지도 않는 ‘공공성의 결핍’이 여전하다.
‘공적’ 관심 없는 곳에 사고 난다
자기만 살겠다고 아우성치는 사회에서는 모든 이가 피로감을 느끼며 힘들고 불행하다. 이 게임에서는 승자가 없다. 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할 시민사회가 없으니 문제가 생기면 모두가 정부로 몰려간다. 모든 사람이 정부를 불신하면서도 정부에 기댈 수밖에 없는 희한한 구조다. 세월호 유족이 정부를 원망하면서도 ‘진상을 규명하라’며 청와대로 행진하는 사태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다짐은 행동이 수반될 때만 의미가 있다. ‘제2의 세월호’를 막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동안 우리의 삶은 변화됐을까. 지난 1년간도 나 자신만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다면 우리는 세월호 망자들에게 미안해할 자격이 없다. 이 철저한 이기심과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 세월호의 진짜 원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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