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보리의 재발견… 영광군 ‘보리산업특구’로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5일 03시 00분


건강식품-가축사료로 인기 끌며 10개 읍면으로 재배면적 늘려
경관 빼어나 관광객 유치 부수효과도

정부는 보리 소비가 줄어들면서 재고량이 늘자 2008년부터 수매 물량을 줄이다가 2012년 수매를 전면 중단했다. 전국의 자치단체들도 정부의 보리 감산 정책에 따라 줄줄이 보리 재배를 포기했다. 그러나 반대로 재배 면적을 늘리면서 보리농사에 ‘다걸기(올인)’하는 곳이 있다. 2010년 보리산업특구로 지정된 전남 영광군이다. 영광군이 보리농사에 주력하는 것은 보리가 ‘돈’이 되기 때문. 보리가 기능성 건강식품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데다 고급육을 생산하는 가축사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되자 보리를 전략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 전체 읍면이 보리산업특구

영광군이 집중 육성하고 있는 보리 산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지난해 기한이 끝난 보리산업특구를 중소기업청이 2019년까지 5년간 연장 승인했기 때문이다. 특구 면적도 법성면이 추가돼 109ha가 늘었다. 10개 읍면 모두가 특구로 지정돼 국내 보리산업 선두주자로 입지를 다지게 됐다. 영광군은 특구 기한 연장에 따라 국비 등 164억 원을 들여 채종포단지 면적을 늘리고 보리특화거리를 조성하기로 했다.

영광군은 바다와 평야, 산지가 고루 분포된 보리 재배 최적지여서 전국 찰보리 재배 면적의 12.5%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3801ha에서 보리를 재배해 1430ha에선 알곡을, 2371ha에서는 사료로 쓰이는 청보리를 생산했다. 가공식품과 사료 판매 등으로 250억 원의 소득을 올렸다. 소비처가 늘어나면서 가격도 크게 올랐다. 2011년 마지막 보리 수매 가격이 2만7320원(40kg)이었으나 지난해에는 5만 원 선에 거래됐다.

보리의 산업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사료화 사업이었다. 2005년부터 청보리 알곡이 달린 채 줄기까지 베어내 사료로 먹이는 ‘청보리한우’는 전국 최고 브랜드가 됐다. 현재 980가구가 한우 2만3000마리를 청보리 사료로 키우고 있다. ‘보리 돼지’는 ‘보리올 포크’라는 브랜드로 2년 전 출시됐다. 일반 옥수수 사료를 먹인 돼지고기보다 콜레스테롤 함량이 20%가량 적어 소비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장천수 영광군 농정과장은 “농약과 방부제가 많은 수입 곡물 사료를 먹인 쇠고기나 돼지고기와 확실하게 차별화한다는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기능성 제품으로 경쟁력 제고

보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심장과 혈관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다며 10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한 곡물이다.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토코트리에놀과 정상 혈압을 유지해주는 칼륨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사업단 회원인 ㈜새암푸드먼트는 찰보리 냉식혜와 과자를 개발해 학교 급식용으로 납품하고 있다. 대마주조는 일반 쌀 막걸리와 달리 텁텁하거나 걸쭉하지 않고 깔끔하면서 부드럽고 보리의 구수한 향이 나는 ‘보리향 탁주’와 ‘보리 소주’인 ‘톡한 소주’를 시판하고 있다. ㈜하나식품의 보리햄버거, 새뜸원의 보리새싹 가루, 옥당골다원의 보리순차(茶), 두리담의 보리찜떡, 보리향의 찰보리빵, 옥당골 장류의 보리된장, 영광농협의 자수정찰보리쌀 등 13개 업체가 20여 종을 판매하고 있다.

사업단은 자립 기반을 갖추기 위해 2013년 온라인 쇼핑몰 ‘보리올’(www.boriall.com)을 운영하고 있다.

보리로 아름다운 경관을 조성하고 축제를 열어 부수적인 효과도 거두고 있다. 찰보리 주산지인 군남면에서 매년 5월 초 열리는 ‘영광찰보리문화축제’에는 4만여 명이 찾고 있다. 가공식품과 생활요리를 선보이고 맥간공예, 여치집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김준성 영광군수는 “보리는 수입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작물”이라며 “굴비와 모싯잎송편에 이어 보리를 영광의 또 하나의 명품 산업으로 키워 지역 경제를 살찌우겠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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