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사고 발생해도 침착하게 대처할 것” 적십자사 재난 대피 훈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5일 16시 33분


연막탄이 터지자 주황색과 흰색 연기가 치솟았다. 시야가 가려 걸음을 내딛는 것조차 힘들었다. 사방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 사이 교복을 입은 여중생 10여명이 절뚝이며 건물을 빠져나왔다. 아수라장이 된 거리에는 부상자가 쌓여갔다.

15일 오전 서울 양천구의 대한적십자사 긴급구호종합센터에서 열린 재난 대피 훈련 장면이다. 대형 싱크홀로 인한 도시가스관 폭발 및 화재 상황을 가정했다. 봉영여중 학생 50명과 국민안전처 직원, 일반 시민 등 300여명이 참여해 재난 발생 시 대피 요령과 응급 처치 방법을 배웠다.

훈련은 실제 상황을 방불케 했다. 한 남성은 대피소 앞에서 “누구는 들어가고 누구는 못 들어가는 게 말이 되느냐. 책임자는 어디 있느냐”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재난 시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이재민과 구조대의 갈등 상황을 재현한 것이다. 구조대는 응급환자 우선순위에 맞춰 출혈이 심하거나 생명이 위독한 환자들부터 이송을 시작했다.

1분 1초가 다급한 재난 현장에서 신속한 심폐소생술(CPR)은 귀중한 생명을 구하기도 한다.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 ‘골든타임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하면 생존율은 50% 이상으로 올라간다. 재빠른 대처만큼 중요한 것이 정확성이다. 시연에 나선 대한적십자사 배묘경 응급처치사는 “심폐소생술을 할 때 가슴을 누른 만큼 손을 떼 줘야 한다. 심장을 제외한 다른 신체부위를 눌러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직접 심폐소생술을 해 본 곽규민 양(15)은 “처음에는 무섭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실제 사고가 발생해도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마련한 대한적십자사 김성주 총재는 “인간의 예측으로 재난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재난 상황에서 자기 생명 뿐 아니라 친구 가족 이웃을 살릴 수 있는 아이들로 키우기 위해 이런 교육 기회를 더 자주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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