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이달 중 시작되는 어린이집 방문간호사 서비스 사업 대상을 지난해보다 200곳 늘렸다. 올 들어 잇따라 발생한 어린이집 폭행사건 때문이다. 문제는 사업 대상만 늘리고 예산을 그대로 두면서 실제로 제공되는 서비스가 오히려 축소된 것이다. 사업의 질은 뒤로한 채 양 늘리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0∼2세 영유아들이 많은 어린이집에 간호사들이 찾아가는 ‘어린이집 방문간호사 서비스’ 대상을 올해 어린이집 2000곳으로 확대한다”고 16일 밝혔다. 2013년 950곳에서 시작된 이 서비스는 지난해 1800곳으로 늘었고 올해 다시 200곳이 증가했다.
시가 대상을 확대한 것은 부모의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 제도를 통해 총 958건의 영유아 질환이 발견됐다. 학부모 설문조사(8139명)에서도 99%(8057명)가 “영유아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올해 사업 대상을 축소할 방침이었다. 예산은 9억4020만 원으로 지난해(9억2500만 원)보다 소폭 증가에 그쳤지만 2년간 동결됐던 간호사 수당(1회 방문)이 2만5000원에서 2만8000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해보다 200곳 적은 1600곳으로 대상을 줄일 계획이었다.
그러나 어린이집 폭행사건이 이어져 여론이 악화되자 시는 부랴부랴 사업 대상을 2000곳으로 늘렸다. 그 대신 추가 예산 확보가 어렵자 ‘꼼수’를 동원했다. 월 2회 어린이집 방문을 두 달에 3회로 바꾼 것. 서울시간호사회는 “수족구병 같은 감염되는 병은 빠르게 전염되기 때문에 처음 사업 시행 때부터 ‘주 1회 방문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며 “‘방문 횟수를 줄이면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의견을 냈지만 결국 그대로 정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방문간호사 63명이 어린이집 1800곳을 돌봤지만 올해는 52명이 2000곳을 돌봐야 한다. 1곳당 어린이 20명이 기준인 것을 감안하면 올해 대상 어린이는 4만 명에 이른다. 결국 방문간호사 1명이 769명을 돌봐야 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대형 어린이집과 중소 어린이집의 의료 서비스 격차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100인 이상 어린이집에는 간호사(간호조무사 포함)가 의무적으로 배치된다. 시는 간호사가 없는 영세한 어린이집의 영유아를 위해 사업을 시작했지만 올해는 질적 하락이 불가피하게 됐다. 시 보육지원팀 관계자는 “한정된 예산으로 방문간호사 서비스를 펼치다 보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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