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주년을 하루 앞둔 15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배우 김우빈 씨가 손수 쓴 편지 한 통이 화제가 됐습니다. 세월호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혜선 양 친구들이 소속사를 통해 간곡히 부탁해오자 김 씨가 평소 자신의 팬이었다던 김 양을 기리는 편지를 쓴 것이었습니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사이인 양 “금방 만나자. 사랑한다”며 살갑게 고마움을 표한 김 씨의 편지에 누리꾼들은 잔잔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김 씨에게 고마운 마음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짧고도 긴 1년의 세월을 지나 다시 4월 16일. SNS에서도 희생자 295명과 실종자 9명을 기리는 글들이 이어졌습니다. 이날 한때 때를 알고 내린 듯한 비처럼 미안함과 그리움을 담은 글들이 SNS 공간을 적셨습니다.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서 “세월호 기사를 읽다 옆자리에 앉은 부장님을 보니 눈이 빨개진 것이 부장님도 (세월호 관련) 기사를 읽었던 모양”이라며 숙연한 사무실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지난해 4월에도 그러했듯 슬픔을 나누는 것 또한 우리 모두의 몫이었습니다. “절대 잊지 않을게요. 그곳은 따뜻한 봄날이길 바라요”라며 희생자들의 영면을 바라는 지인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며 공감의 뜻을 표했습니다. 누리꾼들은 저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416(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날짜)’ 등의 해시태그(특정 키워드를 공유한다는 표시)를 달았고 추모의 뜻을 담은 사진이나 그림을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누리꾼은 릴레이 형식으로 친구들을 지목하며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SNS가 세월호 1주년을 기억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위로의 물결은 해외에서도 전해졌습니다. 한때 박지성 선수(은퇴)가 몸담았던 잉글랜드 프로축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한글판 홈페이지 첫 화면에 노란 리본을 달고 “여전히 세월호를 기다립니다”라며 위로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단 미국 프로야구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 선수가 팀 동료들에게 리본의 의미를 알려주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곧 국내에서 개봉하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2’ 출연진의 ‘조용한 내한’ 소식은 특히 화제가 됐습니다. 국내 수입사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측은 세월호 1주년 애도 분위기를 감안해 감독, 출연진이 비공식 입국하고 기자회견, 레드카펫 행사 등 계획된 일정 외에는 방송 출연을 자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영화 흥행의 성패는 초반 분위기 몰이가 관건인데도 추모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 한발 물러난 것이었습니다.
“역시 세계를 구하는 슈퍼히어로(어벤져스2 속 주인공들은 세계를 구하는 슈퍼히어로)다운 선택이다”라는 누리꾼들의 칭찬을 보며 문득 떠오르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1주년인 16일 남미 순방을 떠나 여론의 눈총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청와대 측은 콜롬비아 측이 대통령의 방문을 간곡히 요청했다고 밝혔지만 그 설명을 달갑게 듣는 이는 많지 않을 겁니다. 콜롬비아 정부의 요청이 간곡했던들 가족을 잃은 이들보다 절실할 수 있을까요. 고개를 가로젓게 됩니다.
유가족의 참배 거절로 합동분향소 입구에서 돌아선 이완구 총리를 보면 마음이 더 답답해집니다. 현재 성완종 리스트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그는 이날 “흔들림 없이 국정수행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눈앞의 현실은 공허합니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야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할 부분이지만 이미 수차례 말을 바꾼 총리를 신뢰할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애초부터 슈퍼히어로가 돼 달라 기대한 적도 없건만 ‘식물총리’ 소리를 듣는 그의 현실이 비참하기만 합니다.
언제까지 인기 배우의 미담, 영화 속 슈퍼히어로의 배려를 위안 삼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2주년이 되면 상황이 좀 달라질까요. 먼저 하늘에 올라간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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