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역사와 콘텐츠가 만나면? ‘역사 바로잡기’ 신한류가 탄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7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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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콘텐츠가 만나 신한류를 주도한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재학생들의 유럽문화유산보존기술 박람회 견학 현장(2014.11.09).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제공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재학생들의 유럽문화유산보존기술 박람회 견학 현장(2014.11.09).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제공
“지난해 여름 우즈베키스탄에 갔을 때 우리나라의 사극 ‘주몽’이 그 나라 사람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중국이 고구려와 발해 등 동북 지역의 고대 한국사를 중국사로 둔갑시키기 위한 동북공정을 이웃나라에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우즈베키스탄인들은 믿지 않았다. 한국 드라마를 통해 고구려와 그 건국 시조 주몽이 한국의 역사임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사와 콘텐츠(드라마)의 만남이 얼마나 큰 파급 효과를 미치는지를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학술교류차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일대를 방문한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최희수 교수(학과장)의 체험담이다. 이처럼 중국의 아전인수식 동북공정과 일본의 집요한 역사 왜곡 속에서 그나마 신한류(K-culture)의 이름으로 한국 역사를 제대로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역사 드라마다. 학문 분야로는 역사콘텐츠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콘텐츠학과가  매년 개최하는 학술제에서 학생들이 역사연극 ‘안음현 살인사건’을 선보였다(2014.11.12).
역사콘텐츠학과가 매년 개최하는 학술제에서 학생들이 역사연극 ‘안음현 살인사건’을 선보였다(2014.11.12).
역사콘텐츠학은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규명하고 그 의미를 부여하는 순수 인문학과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 조상들이 남긴 역사 유산을 활용해 사극, 다큐멘터리, 박물관 전시 기획 등 사회적 수요가 있는 다양한 문화상품을 생산하고 활용하는 데 무게를 둔다. 즉 실용 인문학적 성격이 강하다.

이런 필요성이 역사콘텐츠학과의 설립 배경이다. 최 교수는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는 기존 사학과 커리큘럼의 세부 전공이었던 역사콘텐츠학을 2007년 별도의 독립 학과로 출범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학문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늘어나면서 지원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역사콘텐츠학과의 추계 학술답사. 지난해에는 속리산 법주사를 찾았다.
역사콘텐츠학과의 추계 학술답사. 지난해에는 속리산 법주사를 찾았다.
지난해 이 학과는 콘텐츠저작권학과와 공동으로 ‘K-Culture 선도 한국역사유산콘텐츠 창의인재 양성’이라는 이름으로 교육부 주관 대학특성화사업(CK-1)에 선정됐다. 전통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역사를 창의적으로 해석하는 능력과 문화산업에 활용하는 능력을 갖춘 창의적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전 세계에 K-Culture를 보급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목표가 인정받은 것이다.
나아가서는 세계 각 지역의 역사를 탐구하고 이를 문화산업의 콘텐츠로 활용하는 글로벌 인재 양성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학과는 카자흐스탄 국립대와 학술교류와 문화콘텐츠 생산을 위한 MOU를 체결하는 등 중앙아시아에서 K-Culture를 확산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교과 과정도 독특하다. 이 학과에서는 역사콘텐츠 생산에 필요한 역사학 지식과 다양한 장르의 문화콘텐츠학을 동시에 배운다. 이를테면 ‘역사 스토리텔링 기획 및 제작’ ‘스마트미디어와 역사 콘텐츠’ ‘영상 역사학 워크숍’ ‘역사유산 스토리텔링 워크숍’ 등 기존의 사학과에서는 공부할 수 없었던 교과목들이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많이 포함돼 있다.
특히 3학년 과정인 ‘영상역사학 워크숍’은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학생들은 이전 학기에서 완성한 스토리텔링 대본을 바탕으로 역사물을 다큐멘터리나 미니드라마 형식의 동영상으로 제작한다. 최 교수는 “지상파 방송에서 역사 다큐멘터리 제작 PD를 초청해 학생들의 미니 동영상 제작물을 평가하는데 ‘입사 4년차 PD보다 수준이 낫다’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캡스톤 디자인(capstone design·일종의 종합설계 교육프로그램) 방식으로 진행하는 ‘역사유산 스토리텔링 워크숍’은 역사 소재의 시나리오를 필요한 기관이나 기업으로부터 의뢰 받아 학생들이 브레인스토밍 방식을 통해 완성한 시나리오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것인데, 학생들의 실무 제작 능력을 극대화하는 효과가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역사유산 콘텐츠 교육과정을 운영하다보니 이 학과만을 고집하고 찾아오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1학년인 양균영 씨(20)는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사학을 전공하고 싶었는데, 고 3때 여러 대학을 고민하다가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가 역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정보를 듣고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고 말했다. 또 학과 선배들이 역사지식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학과에 대한 자부심도 느끼게 됐다고 덧붙였다.

‘역사를 통해 사람과 소통하고 싶어서’ 이 학과에 입학한 한덕수 씨(4학년)는 역사콘텐츠학의 미래를 매우 밝게 전망했다. 그는 “2000년대 이후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불러들인 한국 영화 11편을 분석해보니 6편이 역사 관련 스토리를 대본으로 삼고 있었다”면서 “졸업 후 역사지식과 관련한 콘텐츠 제작 분야에서 일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학생들의 졸업 후 진로는 이전의 사학 전공자들보다 매우 다양하다. “역사콘텐츠학과의 모체라고 할 수 있는 사학과 시절엔 졸업생들이 교사, 학예사 등 박물관 종사자, 역사 관련 출판사 편집직 등으로 진로가 제한돼 있었다. 그러나 역사콘텐츠학과로 탈바꿈하면서 졸업생들이 방송 및 영화 분야, 연극이나 뮤지컬 기획 및 연출, 문화관광 분야, 역사게임 프로그램 기획 같은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렇게 말하는 최 교수 역시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동시에, 지상파 방송에서 방영되고 있는 대하사극 ‘징비록’의 자문에 응하고 있으며 ‘징비록, 못 다한 이야기’라는 저서도 출간하는 등 역사콘텐츠 전문가로서의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이 학과의 취업률 역시 높은 편이다. 졸업생들의 최근 3년간 평균 취업률은 63.1%로 일반적으로 50%를 밑도는 인문대학 출신자들의 평균 취업률보다 높다.

교수진은 역사학 전공자를 비롯해 스토리텔링 전문가, 문화정보화 구축 전문가 등 8명이고 입학 정원은 35명이다. 해마다 1학년에서 4학년까지 전체 재학생(168명) 중 절반 정도인 82명이 장학금(1억2400만 원)을 받고 있다. 학과가 특성화 사업에 선정됨에 따라 해외현장 실습비 지원, 특성화 역량 우수 장학금 등 혜택도 늘릴 예정이다.

학과는 수시에서 정원의 65%를 선발하고 정시에서 나머지 35%를 뽑는다. 수시는 학생부 교과 성적을 반영하는 ‘학생부우수자전형’, 국어, 수학, 외국어, 사회, 과학 교과 중 지원자가 선택한 2개 교과목의 성적을 반영하는 ‘선택교과우수자전형’, 학생부 교과 성적과 면접 점수를 합산하는 ‘학생부면접전형’이 있다. 면접에서는 역사 관련 독서 클럽이나 동아리 활동, 박물관 등 관련 기관 봉사활동 등은 정성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정시 합격자의 경우 2014학년도에 수능 백분위 평균으로 나군은 82.51, 다군은 84.05였다.

안영배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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