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주변에 관광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놓고 찬반 논란이 한창이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상정돼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는 4월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개정안은 학교 경계로부터 50∼200m에서 관광호텔을 지을 때 학교 정화위원회의 심의(허가)를 거치지 않도록 했다. 단, 객실이 100실 이상이어야 하고 유흥업소 등 유해시설을 운영할 수 없다.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이 예상보다 빨리 증가하고 있어 관광호텔 신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문체부에 따르면 지난해 초만 해도 2016년에 1540만 명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현재 증가 추세라면 올해 1550만 명을 넘어서고 2016년에는 1663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호텔 객실도 2016년에 5만1600여 실이 필요하나 실제 공급은 3만8800여 실에 불과해 1만2800여 실이 부족하다는 것.
외국인 관광객 70%가 묵는 서울은 학교 밀집 지역이어서 관광호텔 신축이 쉽지 않다. 2013∼2015년 2월 학교정화위원회 심의에서 부결된 호텔 건립 신청은 148건이다. 문체부는 법 개정이 되면 서울 시내 23곳에서 호텔 신축이 추진돼 5000여 객실을 추가로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는 정부 예측치가 과장됐다고 반박한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2016년 서울에서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객실은 3만8800여 실인데 수요는 3만7500여 실에 불과해 오히려 1300실 정도가 남는다고 주장했다. 김태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17일 교문위 전체회의에서 23곳의 호텔 신축이 추진된다는 문체부의 자료와 달리 실제 신축 가능성이 있는 호텔은 8개에 불과해 법 개정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체부는 “최근의 추세를 반영하면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비해 객실 공급이 부족한 현상은 확실하다”며 “최근 외국인 대상으로 오피스텔을 이용한 불법 숙박업이 성행하는 등 객실 부족에 따른 부작용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학교 인근 호텔 신축 수요가 매년 평균 15개로 꾸준히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한국관광공사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관광객은 1420만 명으로 전년도(1217만 명)에 비해 16% 늘었고 2010년 이후 연평균 증가율은 12.7%다.
학교 앞 관광호텔 논란에는 근본적으로 관광호텔에 대한 시각차가 반영돼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관광호텔이 들어서면 학습 분위기가 흐려질 요소가 많아지고, 교통량 증가 등으로 학생의 안전을 저해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체부는 관광호텔을 과거처럼 유해시설이나 러브호텔로 봐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규제 자체가 1968년에 만들어져 시대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학교 앞 규제 시설이었던 영화관이 2008년 심의 대상에서 제외된 것처럼 관광호텔도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체부 박종택 관광산업과장은 “선진국에서도 학교 앞이라는 이유로 호텔 신축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며 “학교 앞 관광호텔이 유해시설을 운영하지 못하게 철저히 관리감독하고 위반할 경우 영업정지 등 강력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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