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원 “19~24세 10% 할인”… 시행땐 5년간 6000억 넘게 손실
일각 “표퓰리즘” 비판… 市도 난색
‘3포(연애, 결혼, 출산 포기) 세대인 청년에게 교통비를 할인해 주자.’
서울시의회가 청년층의 교통비를 10% 할인해 주자는 조례안을 14일 발의했다. 이번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김용석 시의원(새정치민주연합·도봉)은 “청년실업이 장기화됐는데 교통비를 포함한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어 청년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며 “만 19∼24세 청년에게 교통비라도 할인해 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시의원 12명이 서명했고 상임위원회와 본회의 통과 절차가 남아 있다.
현재 서울시 어린이 대중교통 요금은 450원, 청소년 요금은 720원이다. 청소년기본법은 만 9∼24세를 청소년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만 19∼24세(청년)만 성인과 같은 요금(1050원)을 내야 한다. 6월 서울시가 대중교통 요금을 올리게 되면, 청년이 내야 할 요금은 다시 150∼250원 오르게 된다. 이번 조례안은 이를 △만 9∼13세 50% 이상 할인 △만 14∼18세 20% 이상 할인 △만 19∼24세 10% 이상 할인으로 연령별 구간을 새로 나눠 청년으로 혜택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만 65세 이상 노인은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지만 만 19세 이상 청년은 경제활동 참여율이 낮은데도 요금 할인 제도가 없어 세대 갈등으로 비화되기도 한다. 더이상 청년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도 높다. 대학생 강모 씨(23·여)는 “비싼 등록금과 생활비에 허덕인다. 서울살이 하다 보면 한 푼이 아쉽다”며 “노인은 무임승차, 어린이 및 청소년은 요금 할인을 받는데 소득이 없는 청년만 소외돼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례안이 청년 유권자 지지를 얻어내려는 ‘표퓰리즘 정책’이란 비판도 나온다. 올해 7월부터 교통비 할인이 도입된다면 앞으로 5년간 운송기관의 누적 손실액이 6032억57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매년 평균 손실액이 1200억 원이다. 이는 올해 서울시 중증장애인연금 예산(1000억 원)보다 많은 규모다. 지난해 버스 운영 적자는 3000억 원, 지하철 운영 적자는 4245억 원이었다. 버스준공영제를 시행 중인 서울시는 지난해 2500억 원을 버스업계에 보전해 줬다. 청년 요금 할인으로 적자 폭이 커지면 보전액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재정 부담에 대해 김 의원은 “노인과 청년 세대 간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지하철 요금 할인만 우선 도입하면 손실액이 500억 원으로 예상된다. 올해 대중교통 요금 인상으로 수입이 4000억 원 늘어나므로 청년을 위해 12%만 쓰면 된다”고 답했다.
지하철과 버스가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서울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청년 교통비 할인을 공약으로 내세웠다가 재정 부담 때문에 사실상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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