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女의 알몸채팅 유혹에 속아…몸캠 피싱 피해자 속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3일 1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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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대학생 이모 씨(23)는 시간이나 때울 생각으로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했다. 손바닥 안 세상은 ‘신세계’였다. 접속한지 얼마 안 돼 낯선 여성이 네이버 메신저 ‘라인’으로 옮겨 알몸 채팅을 하자고 말을 걸어왔다. 상대는 “이 앱을 깔면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며 파일을 보냈다.

그 파일을 덥석 받은 게 화근이었다. 여기에는 상대의 전화번호부와 위치정보를 몰래 빼내는 악성앱이 깔려 있었다. 이 씨의 음란행위 영상과 개인정보를 손에 넣자 상대는 돌변했다. 굵은 남자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와 “돈을 보내지 않으면 영상을 지인들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친구들에게 급히 돈을 빌려 부랴부랴 300만 원을 송금한 이 씨는 “이런 채팅이 처음이라 피싱이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다”며 후회했다.

지난해 5월부터 1년 동안 같은 수법에 당한 피해자만 800여명, 피해액은 10억 원에 달했다. 피해자 대부분 30대 남성으로 대기업 회사원, 한의사, 공무원 등 직업도 다양했다. 경찰 수사결과 피의자는 총책 조모 씨(26)가 이끄는 기업형 몸캠 피싱 조직으로 밝혀졌다. 아직 돈을 보내지 않은 피해자까지 더하면 1000명 넘는 남성이 알몸 사진을 미끼로 협박당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적발된 몸캠 피싱 조직과 달리 중국이 아닌 국내에 총책을 둔 자생 조직이었다. 프로그래밍 실력이 뛰어난 조 씨는 지난해 초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전화번호부를 몰래 빼오는 악성앱을 구입해 문자메시지와 위치정보까지 가져오도록 업그레이드했다. 그는 몇 차례 몸캠 피싱에 성공하자 유흥업소에서 일하며 알게 된 지인들을 끌어들여 사무실 3개를 둔 기업형 조직을 만들었다. 채팅 유인, 공갈 협박 등으로 역할을 나눈 이들은 “자살할 때까지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한 사람당 50만~600만 원씩을 뜯어냈다. 송금을 거부하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동영상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범행은 대포폰과 대포통장 등을 5개월여 간 추적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조직원 19명을 붙잡아 조 씨 등 5명을 상습 공갈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몸캠 피싱 조직이 주로 이용하는 네이버 ‘라인’ 메신저는 자신이 아닌 가짜 화면을 상대에게 보여줄 수 있고, 파일을 전송할 때 악성앱 여부를 검사하지 않아 범행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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