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중흥건설을 둘러싼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수사는 지난해 6월 감사원이 전남 순천시 신대지구 개발·분양 과정에서의 불법 의혹을 발견해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고발한 것이 발단이 됐다. 신대지구는 전남 여수 순천 광양시와 경남 하동군에 조성된 5개 산업단지의 배후도시(300만 m²)다. 개발·분양사인 순천 에코밸리(자본금 300억 원)의 지분은 중흥건설이 99%, 순천시가 1%를 갖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신대지구 공공청사가 들어설 땅 3만 m²를 상업용지로 불법 변경해 거액의 부당 이익을 챙긴 혐의로 에코밸리 대표 이모 씨(41)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직원 김모 씨(35)를 구속했다. 검찰은 용지 불법 변경이 3년간 6차례 심사를 통과한 과정 등에 정·관계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검찰은 최근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48)을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동안 신대지구 개발과정에서 2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빼돌린 혐의로 구속하고 그의 부친인 정모 중흥건설 회장(73)도 불구속 입건했다.
비자금 조성은 건설현장에 지급하는 이른바 현장전도금(공사현장 운영을 위해 본사에서 지급하는 경비)을 부풀리는 수법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관계 금품 제공 의혹을 받고 있는 경남기업의 비자금 조성 수법과 비슷하다. 중흥건설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면서 공사현장에서 사용한 영수증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 회사의 정·관계 로비 의혹 실체가 드러날 수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수사가 진행되자 중흥건설은 신대지구와 경기 수원시 광교신도시 사업 등을 연기했다. 중흥건설은 하루 평균 투입 근로자가 8000여 명, 협력사는 1000여 곳(직원 5만 명)에 이른다. 지역에서는 이 회사가 자산 규모(5조 원)에 비해 지역사회 공헌에 인색하다는 평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민들이 이번 검찰 수사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경제가 또 한 차례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년 가까이 이어진 수사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환부만 도려내는 신속한 ‘외과 수술식’ 수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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