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200억 원을 빼돌리고 미국에서 상습적으로 도박을 한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62)의 구속영장이 28일 새벽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은 “전형적인 무전 (영장) 발부, 유전 (영장) 기각 사례”라고 반발하며 추가 조사를 한 뒤 다시 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장 회장은 800만 달러(약 85억 원)에 이르는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 임직원들을 동원해 고액의 여행자수표를 발행받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직원들은 검찰 조사에서 “국내에서 조성된 비자금을 여행자수표로 만들어 미국 지사로 가져간 뒤 보관했다”며 “여행자수표를 발행하는 데 임시직 직원까지 이용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을 동원해 해외로 옮겨진 돈 중 일부는 장 회장 계좌로 입금했고, 일부는 현금화해서 장 회장에게 전달했다. 카지노에서 여행자 수표를 환전하면 환전 수수료가 면제되는 곳이 많다.
검찰은 “장 회장이 미국 내에서 항공편 이용 흔적이 없었는데, 이는 장 회장이 미국에 입국하면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VIP 고객인 장 회장에게 전세기를 지원해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장 회장은 영장실질심사를 5시간가량 앞둔 27일 오전 10시경 회사 법인계좌로 105억 원을 무통장 입금했다.
장 회장과 변호인 측은 “국내 횡령에 대한 피해 변제”라고 주장했고, 서울중앙지법 김도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영장을 기각하면서 피해 변제가 됐다는 점을 기각 이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105억 원을 갑자기 입금한 것은 반성이 아니라 ‘위기 모면’의 전략”이라며 “급히 마련한 105억 원은 또 어디서 났는지 궁금할 정도”라고 말했다. 기각 도장이 찍힌 장 회장의 구속영장에는 당초 ‘발부란’에 판사 도장이 찍혔다가 수정액으로 지워진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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