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 호텔외식조리학과 “서울 톱3 호텔에 반드시 입사” 대한민국 최고 조리사를 꿈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9일 13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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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야에서건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일반 대학생들이 도서관에서 밤을 세운다면 요리대회 출전을 준비하는 광주대 호텔외식조리학과 학생들은 학교 내 실습주방에서 요리 창작을 위해 며칠 밤을 세우기 일쑤다. 왼쪽부터 김다빈, 조아라, 박슬기 씨.
어느 분야에서건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일반 대학생들이 도서관에서 밤을 세운다면 요리대회 출전을 준비하는 광주대 호텔외식조리학과 학생들은 학교 내 실습주방에서 요리 창작을 위해 며칠 밤을 세우기 일쑤다. 왼쪽부터 김다빈, 조아라, 박슬기 씨.
‘호텔외식조리’는 퍼플오션이다

“일단 서울에 있는 ‘톱3 호텔’에 반드시 들어갈 겁니다. 호텔에서 일하면서 대학원에도 다닐 거고요. 석사, 박사 따면 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고 싶습니다. 이후 외식 프랜차이즈를 창업할 겁니다. 카페와 레스토랑이 함께 어우러진 곳으로….”
광주대학교 호텔외식조리학과 조아라 씨(4학년)의 인생 플랜은 치밀했다. 본인의 표현에 따르면 “한눈팔 사이가 없다”고 했다. 2014년 대한민국 국제요리 경연대회 금상(라이브 부문)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지닌 조 씨는 “요리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저희 학과로 오시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광주대 호텔외식조리학과는 2012년에 문을 열었다. 아직 졸업생이 없다. 따라서 취업률 집계도 안 된다. 취업전선에서 경쟁해야할 다른 대학 유사학과는 200여 개. 그런데도 첫 입학생인 조 씨의 자부심과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선 학교 측의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을 꼽을 수 있다. 특성화된 심층 실무교육을 위해 학생마다 개인 조리대를 줄 정도로 시설을 완비했다. 이는 사소해 보이지만 무척 중요하다. 개인 조리대를 사용해야 전체 조리과정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조리대를 팀(보통 3, 4명)이 이용하는 조별 실습은 조리 과정의 부분밖에 배울 수 없어 개인 실습을 따라잡을 수 없다. 또한 특급 호텔에서 사용하는 조리용 최고급 기자재를 사용 중이며, 특급호텔 출신 교수와 호텔 셰프가 직접 강의를 하고 있다.
‘어떤 요리든 그 맛과 품격은 재료가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훌륭한 요리를 위해서는 셰프의 솜씨도 중요하지만 좋은 식재료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 그 비용이 결코 만만치 않다. 서경도 교수는 “학생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학과 운영비 대부분을 실습용 식재료 구입에 쓰고 있다. 일부 학생들에게는 개인 조리복과 칼 세트도 학과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대한민국 국제요리 경연대회에서 김헌철 호텔외식조리학과장(왼쪽)의 지도를 받은 광주대 팀이 일본식 도시락 라이브 경연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4년 대한민국 국제요리 경연대회에서 김헌철 호텔외식조리학과장(왼쪽)의 지도를 받은 광주대 팀이 일본식 도시락 라이브 경연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와 노력은 각종 요리대회에서 잇따른 수상으로 보답을 받고 있다. 2012년 루마니아 세계요리대회 대상 1, 금상 3, 은상 2, 룩셈부르크 요리대회 금상, 수원 전국요리대회 대상, 2013년 말레이시아 세계요리대회 대상 1, 금상 2, 은상 2, 2014년 전주 푸드페스티벌 전국요리경연대회 종합1위(대상 1, 금상 2, 은상 3, 동상 2) 등. 매년 전국에서 10명 안팎을 뽑는 국가대표를 4년 연속 배출했고 2015년에는 광주광역시 요리대표팀에 선정됐다. 출범한 지 불과 4년차 학과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호텔외식조리학과 학회장인 김다빈 씨(3학년)는 “우리학과의 역사는 짧지만 국내외를 불문하고 출전하는 요리경연대회마다 좋은 성적을 거둬 주목을 받고 있다. 매년 발전하고 있는 게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전공 동아리 중 요리대회 동아리는 매년 7개에서 10개 이상의 요리대회에 출전하는데 이런 실전경험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학과는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조리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조리, 식품, 경영의 3대 분야를 연계해 교육하고 있다. 학과 이름에 ‘외식’을 넣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진출 분야가 매우 다양하다. 특급호텔을 비롯한 전문음식점,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콘도미니엄, 골프장, 제과업체, 제빵업체, 식품제조기업, 식품가공기업, 식품관련업체, 해외관광외식업체, 음식점창업, 식품관련 벤처기업, 소자본창업사업가 등 한마디로 ‘먹고 마시는 모든 분야’가 졸업생들의 미래 직장이다. 김다빈 씨는 “호텔외식조리학과는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폭넓고 사회적 수요도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 실업’ 분위기는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양요리 실습시간에 광주대 호텔외식조리학과 학생들이 자신의 실습작품을 이날 강의를 진행한 특급호텔 셰프 출신 교수로부터 평가받고 있다.
서양요리 실습시간에 광주대 호텔외식조리학과 학생들이 자신의 실습작품을 이날 강의를 진행한 특급호텔 셰프 출신 교수로부터 평가받고 있다.
자격증 종류도 한식, 양식, 일식, 중식, 복어조리기능사, 제과, 제빵 기능사, 실기교사, 위생사 등 다양하다. 2016년 봄 첫 졸업생을 배출하는데 전국 호텔 및 외식산업체 등과 이미 긴밀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두고 있다. ‘인재 입질’을 해오는 업체가 올 초부터 계속 늘고 있다고 한다.

치열한 경쟁시장인 레드오션(Red Ocean)과 성장 잠재력이 있는 미개척시장인 블루오션(Blue Ocean)을 조합한 개념이 퍼플오션(Purple Ocean)이다. 퍼플은 레드와 블루를 동일한 비율로 섞으면 얻을 수 있는 보라색을 의미한다. 고수익을 올리려면 블루오션이 절대적으로 유리하지만 블루오션을 개척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안으로 퍼플오션 전략이 나왔다. 블루오션을 찾는 데 따르는 위험요소와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차별화 또는 새로운 변화를 통해 레드오션에서 벗어나는 것이 퍼플오션 전략이다.

퍼플오션의 대표적인 사례는 하나의 콘텐츠로 다양한 파생상품을 만들어내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다. 인기 소설 또는 만화를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게임, 뮤지컬 등으로 다양하게 제작하거나, 캐릭터를 만들어 완구, 과자류, 의류, 유아용품 등에 폭넓게 활용하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2015학년도 광주대 호텔외식조리학과를 이끌어갈 학생회 임원들이 학과를 위한 봉사와 헌신을 다짐하고 있다.
2015학년도 광주대 호텔외식조리학과를 이끌어갈 학생회 임원들이 학과를 위한 봉사와 헌신을 다짐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호텔외식조리는 새로 개척할 분야가 많고 접근 방법도 다양한 대표적인 퍼플오션이다. 호텔외식조리 분야의 기존 제품에 새로운 서비스를 더하거나, 판매방식을 달리 한다거나, 각기 다른 기존 제품의 장점을 융합하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국내 외식산업은 맞벌이 세대의 증가, 핵가족화 확산, 주5일 근무제에 따른 여가시간 증가 등으로 시장규모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과거 ‘특식’으로 여겨졌던 외식은 이제 일상사가 됐다. 고객의 욕구와 기대가 무엇인지만 알아낸다면 미래의 유망산업임에 틀림없다. 졸업 후 창업이 목표인 박슬기 씨(3학년)는 “요리는 창의성과 독창성이 중요하다. 또 그것을 얼마든지 다른 분야와 접목할 수 있어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서경도 교수(왼쪽)와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 김연희 선생님이 광주대 호텔외식조리학과 입학전형과 졸업 후 진출분야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경도 교수(왼쪽)와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 김연희 선생님이 광주대 호텔외식조리학과 입학전형과 졸업 후 진출분야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학과는 2015학년도(정원 35명)에 수시로 80%, 정시로 20% 선발했다. 수시 합격자는 수능 응시자만 평균 백분위를 등급으로 환산했을 때 평균 6.2등급, 정시는 평균 5.2등급이었다. 수시 반영요소는 교과성적 90%, 출석성적 10%. 이 중 교과 성적의 학년별 반영비율은 1학년 30%, 2학년과 3학년 1학기 70%. 반영 교과목은 국어, 영어, 수학 3과목이 필수이고, 사회, 과학, 국사 3과목 중 하나를 택해 4과목으로 성적을 산출했다.

미국의 신경과학자 다니엘 레비틴은 ‘1만 시간의 법칙(The 10,000 Hours Rule)’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어떤 일에 1만 시간(매일 3시간씩 10년)을 투자하면 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력에도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연습장에서 무턱대고 하루에 수천 번씩 샷 연습을 한다고 프로골퍼가 될 수는 없다. 레슨코치가 필요하다.

요리도 마찬가지다. 일단 요리를 좋아해야 한다. 그리고 훌륭한 스승의 지도 하에 열심히 연마해야 한다. 그리고 각종 대회에 나가 상도 타면서 자신감까지 얻으면 더욱 좋다.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 그런데 자신이 재미있어 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돈까지 벌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렇다면 호텔외식조리학과는 즐거움과 안정된 직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조리(調理)’하는 학과가 아닐까.

※이 기사의 취재에는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 김연희 교사(조선대여고)가 함께했습니다.

광주=안영식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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