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에 가는데 방해가 된다며 생후 26개월 아들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20대 아버지에게 항소심에서 일부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범균)는 30일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모 씨(23)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 씨의 살인 혐의를 무죄, 나머지 사체 유기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정 씨의 살인 혐의를 인정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정 씨는 지난해 3월 7일 경북 구미시 자신의 집에서 게임을 하러 PC방을 가려다 아들이 잠을 자지 않고 칭얼거리자 홧김에 손으로 가슴 배 등을 여러 차례 때렸다. 이어 손바닥으로 아이의 코와 입을 막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 씨는 아들의 시신을 35일간 아파트 베란다에 방치하다 쓰레기봉투에 넣어 옆 동네 빌라 화단에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 씨는 같은 해 2월부터 생활고와 가정불화로 아내(22)와 별거한 뒤 어린 아들과 살았다.
1심 재판부는 정 씨의 경찰 진술과 시신 부검결과 등을 바탕으로 살인 혐의를 인정했지만, 항소심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씨는 항소심에서 “손으로 명치 부분을 때린 사실이 있지만 아들의 입과 코를 막아 살해한 사실은 없다”며 당초 경찰 진술을 번복했다. 정 씨는 또 “아들을 집 안에 홀로 두고 PC방에 간 사실은 있지만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집에 들어가 매일 2차례 밥을 먹였다”며 방임 행위도 부인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살인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전기와 난방이 끊긴 상태에서 아동이 돌연사 했을 가능성 등 다른 사인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피고인의 아들이 2012년 1월부터 2013년 8월까지 급성 편도염 및 기관지염, 천식 등으로 80여 차례 치료받은 사실을 감안할 때 신체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이유다.
이어 “피고인이 수사기관에 처음에는 굶겨 죽였다고 했다가 부검결과 음식물 흔적이 나오자 번복하는 등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부검도 아동 사망 뒤 한 달이 지난 뒤 이뤄져 비구폐색(코와 입이 막힘) 질식사로 단정하기 힘들고 사체의 훼손과 변화에 따라 사망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웠던 점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