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편해졌죠. 예전에는 영동에서 단양 가는 길은 고생길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직행버스가 없어 청주나 대전으로 간 뒤 갈아타야 했습니다. 갈아타고 기다리는 시간까지 포함해 7시간이 넘게 걸리고, 요금도 부담스러웠습니다.”
충북 영동군 용화면 용강리에서 곶감 농사를 짓는 김정식 씨(58)의 말이다. 두 지역을 잇는 도로와 직행버스가 없어 환승과 오랜 기다림을 각오해야 했기 때문이다. 시간도 오래 걸리다 보니 당일치기는 엄두도 못 냈다. 그렇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영동과 단양을 오가는 열차가 생겨 예전 같은 불편은 싹 사라졌다. 이 덕분에 김 씨는 1년 사이 단양을 두 번 다녀왔다.
충북의 남과 북인 영동과 단양을 연결하는 ‘충북 종단 열차’가 1일로 운행 1주년을 맞았다. 영동과 단양은 같은 충북에 속해 있으면서도 지리적 여건상 ‘이웃사촌’이 되기 힘들었지만 이 열차 덕분에 활발한 교류를 이어 나가고 있다.
3일 충북도에 따르면 그동안 영동과 단양 주민들은 양 지역을 직접 연결하는 도로가 없어 버스로 청주를 경유하거나 경부선, 충북선, 중앙선 등 3개 철도 노선을 환승해야 하는 불편을 겪어 왔다. 거리도 버스 노선을 기준으로 238km나 떨어져 있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직행버스가 생긴 뒤에도 영동에서 단양까지 평균 6시간 10분(청주 환승시간 포함)이 걸리다 보니 버스 시간을 못 맞추면 하루 묵는 일도 빈번했다.
충북도는 이 같은 양 지역 주민들의 불편을 줄이고 교류 활성화를 위해 종단 열차 운행을 추진했다. 지난해 2월 철도공사 충남지역본부와 ‘영동∼단양(226.4km) 충북선 종단 열차 업무협약’을 하고 석 달 뒤인 5월 1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충북 종단 열차는 하루 2차례 왕복 운행하고 있다. 좌석은 288석. 지난달 말까지 이 열차를 이용한 승객은 모두 50만7812명(하루 평균 편당 380명)이다. 매달 평균 이용객은 4만∼5만 명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가장 많은 5만2861명을 기록했다.
시간과 요금도 절약됐다. 영동에서 오전 7시에 이 열차를 타면 오전 10시 10분이면 단양에 도착한다. 버스를 이용할 때보다 이동 시간이 4시간 이상 줄었다. 교통요금은 버스를 탈 경우 편도 기준으로 2만5400원이 들었지만, 열차를 이용하면 1만4500원만 내면 된다. 여기에다 양 지자체 간 교류도 활발해졌다. 박세복 영동군수는 “그동안 단양과 영동은 상호 교류의 기회가 적었는데 이 열차가 운행되면서 양 지역의 이질감이 줄어들고 이웃처럼 더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이 열차 이용객이 꾸준히 유지됨에 따라 운행 횟수를 늘리기로 하고 한국철도공사와 협의에 들어갔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영동∼단양 충북종단열차가 주민 불편 해소는 물론 중부 내륙지역 관광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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