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으로 수천 명의 인명피해를 낸 네팔을 돕자며 게시하는 현장 사진과 동영상 중 일부가 엉뚱한 자료인 것으로 확인됐다. 자칫하면 불신을 불러와 구호운동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확한 출처를 표기하지 않은 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자료가 급속히 퍼지면서 빚어진 현상으로 풀이된다.
영국 BBC는 4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널리 퍼진 네팔 지진 현장 사진 중 하나가 사실은 2007년 베트남 북부에서 촬영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일명 ‘네 살 오빠의 보호를 받는 네팔의 두 살 여동생(Two year old sister protected by four year old brother in nepal·사진)’으로 알려진 이 사진은 남매로 보이는 두 아이가 지진이 두려운 듯 서로 꼭 껴안은 모습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사진은 2007년 10월 베트남 사진작가 응우옌나손 씨가 부모가 일하러 간 사이 집 앞에서 노는 남매의 모습을 찍은 것으로 밝혀졌다. 응우옌 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SNS를 통해 사진이 퍼지면서 ‘버마(현 미얀마)의 고아다’ ‘시리아 내전의 피해자다’ 등 (사진과 무관한) 이야기가 붙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네팔 지진 이후에는 네팔 어린이의 사진이라며 떠돌고 있다.
네팔 이재민을 위한 성금을 모금 중인 대한적십자사는 블로그에 네팔 어린이의 실상을 보여준다며 이 사진을 게시했다. 4일까지 대한적십자사가 모금한 네팔 이재민 관련 성금은 약 12억 원. 대한적십자사 측은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을 잘못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네팔 지진 당시 수영장이 흔들리는 모습을 담은 한 동영상은 2010년 4월 멕시코 북부에서 규모 7.2의 지진 발생 때 촬영된 영상으로 확인됐다. 국내 일부 매체는 이 동영상을 네팔 현지 영상이라고 잘못 소개하기도 했다.
나은영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인터넷상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전에 빨리 퍼 나르는 성향이 만들어낸 현상”이라며 “특히 재난이 발생하면 긴급하게 구호조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 전달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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