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라 장래 걱정시키는 서울대·학군단의 부정행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7일 00시 00분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엔 지난달 말 철학과 교양과목인 ‘성의 철학과 성윤리’ 중간고사 때 “뒷자리 친구들끼리 커닝을 하거나, 휴대전화와 교재를 보면서 답을 채우고 있었다”며 부정행위를 고발하는 글이 올라왔다. 댓글에서도 목격담이 이어지자 해당 과목의 강사는 ‘7일 수업에 부정행위를 한 학생들만 출석해 원래 자신이 쓴 답안을 제출하면 그대로 성적에 반영하겠다’고 공지했다.

부산에선 지난해 동아대 부경대 부산대 부산외국어대 등 4개 대학의 학군단에서 치른 네 차례의 한자자격시험에서 조직적인 대규모 부정행위가 벌어졌다. 일부 응시생이 스마트폰으로 문제지를 찍어 카톡 방에 올리면 사전에 공모한 한문학과 학생들이 답안을 올렸고, 카톡방을 함께 쓰는 응시생들이 버젓이 답을 옮겨 적었다는 것이다. 어제 구속된 시험주관업체 대한검정회 직원 차모 씨는 학군단 측에 특정 출판사의 예상문제집을 판매하고 책값의 절반을 출판사에서 리베이트로 받는 수법으로 5년간 3억 원을 챙겨왔다. 시험감독관과 학군단 간부, 학생 등 66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이 군 장교가 되면 방산비리를 저지르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과 학군단 학생이면 장차 나라를 이끌 지도층이 될 사람들이다. 입으로는 기성세대의 정책 잘못과 도덕적 해이 등을 비판하는 대학생들이 첨단기기까지 활용해 좋은 점수 따기에 급급했다니 실망스럽다. 이들의 부정행위가 기득권 세력의 부정부패와 뭐가 다른가.

국내 대학들은 시험 때가 되면 커닝 방지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고려대는 올해부터 학생들의 양심을 믿고 시험감독을 없애는 역발상의 시도를 한다. 커닝을 근절하려면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적발된 학생에겐 분명한 불이익을 주는 제도적 대책도 필요하다. 정당하게 노력하지 않고 반칙으로 좋은 점수를 따는 것을 요령으로 치부하는 풍조가 사라져야 한다. 젊은 대학생들조차 정직을 잃어가는 대한민국이 걱정스럽다.
#스누라이프#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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