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에 다른 사람의 집이나 건물에 침입해 물건을 훔쳤을 때 처벌하도록 규정한 형법과 구성요건이 같으면서 형량만 가중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조항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올해 2월 이른바 ‘장발장법’으로 불린 특가법 중 상습절도죄 관련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과 맞물려 특가법 전반의 개정 논의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특가법상 야간주거침입절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안모 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안 씨는 지난해 8~10월 부산의 한 사무실에서 믹스커피와 양초세트를 훔치는 등 11차례에 걸쳐 현금 90만 원과 물건 80만 원 어치를 훔쳤다. 범죄 액수는 미미했지만 주로 심야에 범행을 저질렀고 상습적으로 물건을 훔쳤다는 이유로 기소 당시 형법상 야간주거침입 절도죄(10년 이하 징역) 대신 특가법(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이 적용돼 상대적으로 무거운 처벌을 받았다.
대법원은 “법 적용에 대한 혼란을 낳게 되는 만큼 원심에서 특가법 조항 적용에 따른 위헌적 결과를 피하고자 공소장 변경이 필요한지 심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가법의 법정형은 형법 조항에서 정한 것과 달리 무기징역이 추가돼 있을 뿐 아니라 유기징역의 하한도 3년으로 정하고 있어 형벌체계상 정당성과 균형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며 “검사의 기소 재량에 의해 어느 규정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심각한 형의 불균형이 초래되는 만큼 헌법의 기본원리나 평등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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