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로열콘세르트헤바우오케스트라(RCO)의 베토벤 교향곡 3, 4번 연주회. 1악장이 끝나자 객석 여기저기서 ‘쿨럭쿨럭’ 하는 소리가 쏟아졌다. 관객들의 헛기침이었다. 기침 소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들기는커녕 악장이 끝날 때마다 커졌다. 당시 예술의전당에서는 “불필요한 과도한 기침을 자제해 달라”는 방송을 했다. RCO 공연 음악회에 다녀온 관객들은 블로그에 올린 후기에서 기침 소리에 대한 불만을 쏟아놓기도 했다.
클래식 공연장에서 벌어지는 민폐는 대개 이처럼 ‘음악 소리를 방해하는 소리’들이다. 감기에 걸려 기침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옆 사람이 한다고 덩달아 헛기침을 해 연주자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남유리 예술의전당 하우스매니저는 “악장과 악장 사이에 (관객들의) 헛기침 소리가 연쇄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사전에 물을 준비하거나(물 이외의 음료는 반입이 금지돼 있다) 공연장에서 기침 예방 사탕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으니 미리 챙기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론 박수도 감상을 방해한다. 클래식 연주곡은 악장 간에는 박수를 치지 않고 연주를 다 마친 뒤에 박수를 쳐야 한다. 곡 전체에 몰입하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악장 간 박수를 쳐 분위기를 깨는 건 애교 수준이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안다 박수’도 있다. 곡이 끝나기가 무섭게 ‘난 이게 끝인 걸 알고 있다’는 과시의 표시로 박수를 치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나 클래식 공연에선 연주를 마치고 지휘자가 지휘봉을 내린 뒤에 박수를 치는 게 관례다. 잠시 동안의 여운도 공연의 일부라는 의미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지휘자가 손을 내리기도 전에 박수를 쳐서 다른 관객들이 여운을 느끼는 데 방해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안다 박수’에 머물지 않고 ‘안다 브라보’를 소리 높여 외치는 관객도 있다.
클래식 공연 전 휴대전화 전원을 꺼 달라는 안내방송은 언제나 나오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2년 전 서울시향의 ‘벚꽃엔딩 협주곡’은 클래식계에선 유명한 이야기다. 말러 교향곡 9번 연주 중에 가요 ‘벚꽃엔딩’이 벨소리로 울려 퍼져서다. 올해 초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브루크너 교향곡 6번 공연 중에도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리면서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남 매니저는 “클래식 공연은 숨소리 하나에도 신경을 쓸 만큼 연주자와 관객들 모두 집중하고 있다”면서 “몰입을 방해하는 소리를 내지 않도록 서로 배려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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