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연맹(WTF)은 10일 오후(한국 시간)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2017년에 개최하는 제23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를 무주에서 치르기로 했다. 무주는 경쟁도시인 터키 삼순(흑해 연안 항구도시)을 제치고 개최권을 따냈다.
이로써 태권도 종주국인 우리나라는 역대 7번째이자 2011년 경주 대회 이후 6년 만에 다시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를 개최하게 됐다. 1973년 시작해 2년마다 열리는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는 역사가 가장 길고 규모도 최대인 국제 태권도대회다. 12일부터 첼랴빈스크에서 열릴 올해 대회에는 139개국에서 873명의 선수가 참가해 남녀 각 8체급에서 총 16개의 금메달을 놓고 기량을 겨룬다.
무주는 7000만 세계 태권도인의 성지인 태권도원이 자리 잡은 곳이라는 상징성을 앞세워 집행위원들의 표심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태권도원에는 4500석 규모의 세계 최초 태권도 전용 경기장과 1400명이 머물 수 있는 연수원, 태권도 박물관 등이 있어 세계 대회를 치르기에 손색이 없다.
전북도의 적극적 자세와 재정적 지원 약속도 큰 힘이 됐다.
송하진 지사는 이미 태권도원으로 기본적 인프라는 갖춘 만큼 순수 운영비로만 역대 최대인 6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대회를 치르겠다고 약속했다. 대회 유치 비용만으로도 역시 역대 최대인 50만 달러(약 5억 원)를 내기로 했다. 전북발전연구원은 200억 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예상했다.
이번 대회 유치는 무주 태권도원을 세계 태권도인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당초 무주 태권도원은 ‘세계 7000만 태권도인의 성전 건설’이라는 국가적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투자 규모가 당초 1조 원대에서 2475억 원으로 크게 줄었고 민자 유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지난해 가까스로 문을 열었지만 세계태권도연맹(WTF), 대한태권도협회(KTA), 국기원 등 핵심 기관이 옮겨 오지 않아 ‘반쪽 개원’에 그쳤다. 그러나 전북도가 올해 세계유소년태권도대회에 이어 후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유치에 성공하면서 각국의 태권도인들에게 태권도원을 각인시킬 기회를 잡은 것이다.
‘국제행사 사각지대’로 불리던 전북에서 세계대회가 열리게 된 것도 큰 의미가 있다. 전북은 그동안 변변한 특급호텔이 없어 프로 축구팀조차 인근 대전이나 광주에서 잠을 자고 전주에서 경기를 하는 일이 많았다. 농업진흥청 국민연금공단 등 공공기관이 전북혁신도시에 입주했지만 대규모 컨벤션과 숙박시설이 없어 국제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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