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일자리 8만개… 주인 못찾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2일 03시 00분


업체와 구직자 눈높이 차이로…

전체 고용의 88%를 담당하는 중소기업 채용 과정에서 구직자와 구인자의 눈높이 차이로 매년 8만 개가량의 일자리가 빈 채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 3월 15∼29세 청년 실업자(45만5000명)의 17.1%에 해당하는 수치로, 중소기업의 ‘채용 공백’만 해소해도 청년실업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고용노동부와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종업원 5인 이상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들이 지난해 하반기 채용공고를 내고 구인활동을 벌였음에도 끝내 채용하지 못한 일자리(미충원 인원)가 7만7828개로 조사됐다. 이 중 6만여 개는 연구직이나 생산직 같은 이공계 일자리였고, 나머지 1만7000여 개는 사무직이나 서비스·판매와 같은 인문·사회·예체능계 일자리였다. 미충원 인원은 2012년 하반기 8만777개(미충원율 18.0%)에서 점차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8만 개 안팎에 머물러 있다. 채용 공백이 발생하는 이유는 이공계 일자리의 경우 대기업 쏠림 현상으로 중소기업이 원하는 인력이 많지 않기 때문이고, 인문계 일자리는 구직자들이 원치 않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중소기업은 기술 및 생산 관련 업무가 많아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이공계 인력을 선호하지만, 대기업이 우수 연구개발(R&D) 인력들을 ‘입도선매’하는 탓에 쓸 만한 인력을 찾기 어렵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 이공계는 적격자 부족… 인문계는 처우 불만에 외면 ▼

주인 못찾는 中企일자리


고용부 관계자는 “중소기업 취업박람회에 몰리는 인력은 대부분 인문·사회·예체능 출신”이라며 “중소기업조차 이들을 채용하는 데 난색을 표한다”고 말했다.

반면 비이공계 출신이 지원 가능한 1만7000여 개의 사무직 및 판매직 일자리는 임금이 대기업에 비해 낮고 처우도 대기업만 못하다는 이유로 대졸자들이 선뜻 취업에 응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소기업이 알고 보면 괜찮다는 식으로 구직자의 인식 개선만을 강요해선 안 된다”며 “구직자가 어느 정도 자기에게 적합하다고 여길 수 있는 일자리가 돼야 채용이 성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비공대생을 대상으로 기술 재교육을 시켜 중소기업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고, ‘중소기업 근무환경 개선’으로 대졸자의 눈높이를 맞춘다는 투 트랙 접근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전문직업인 양성기관인 폴리텍대학의 전체 교과과정에서 단기간(1년)에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능사 과정의 비중을 대폭 늘려 비이공계 출신의 기술 재교육을 지원할 계획이다.

청년들이 일을 하면서 직무훈련과 학업을 병행하는 ‘일-학습병행제’의 대상 범위도 고교생에서 전문대 및 4년제 대학 재학생으로 확대한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우수 인력에 대한 성과보상기금을 늘리고, 교육과정 개설 및 연수 프로그램 마련 등 다양한 경력 개발의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취업자의 전직을 막기 위해 고용주에게 일회성 채용장려금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일정 기간 근무한 취업자에게 꾸준히 근속장려금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그동안 중소기업 채용 정책은 마이스터고 설립, 일-학습 병행제처럼 고졸자에게 초점을 맞춰 왔다”며 “앞으로는 비공대생 재교육처럼 대졸자를 겨냥한 정책도 적극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고용#중소기업#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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