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교과별 교육과정 개발… 교사-학부모 적극 참여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2일 03시 00분


황규호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황규호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지난해 9월 발표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총론 주요 사항을 바탕으로 교과별 교육과정(각론) 개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교과별 시간 배당 기준을 규정하는 것이 총론이라면 각 교과에서 실제로 무엇을 배울 것인지를 안내하는 것이 각론이다.

이번 각론 개발 연구에서는 이제까지 교육과정 개정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몇 가지 중요한 시도가 이뤄졌다. 이전까지는 교과별 시수가 결정되면 해당 시수에 맞춰 각 교과가 알아서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방식이었다. 이 때문에 교과별 학습 내용이 겹치거나 수학에서 아직 배우지 않은 어려운 수식을 과학 등 다른 교과에서 먼저 다루는 일도 발생했다.

이번 교육과정 개정에서는 교과 사이의 장벽과 총론과 각론 사이의 괴리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교과 교육과정 개발 연구진과 총론 연구진 300∼400명이 숙박을 함께 하며 교육과정을 점검하고 논의하는 대규모 합동 워크숍을 이미 세 차례나 열었다. ‘각론조정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교과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학습량이 많은지, 학습 내용이 적절한지 난상토론을 이어 가고 있다. 교과 교육과정을 해당 교과 전문가들의 독점적 영역이 아니라 모두의 공동 관심 영역으로 전환시켜 가고 있는 것이다.

교과 교육과정 개발에 대한 사회적 참여는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 올해 안에 고시될 각론이 ‘배움의 즐거움을 일깨워 주는 교과 교육과정’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교사와 학부모를 포함한 모든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의견 개진이 필요하다. 특히 관심을 갖고 지켜볼 과제는 두 가지다.

첫째, 교과가 요구하는 학습량이 주어진 시간에 소화할 수 있는 적정한 분량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성취 기준의 개수를 따지기보다는 가르치는 교사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 더욱 근본적인 해법이 될 것이다. 다만 주의할 점은 학습량의 적정화가 학습 내용을 무조건 덜어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100개를 암기하던 것을 50개만 외우도록 하는 식의 변화가 아닌, 소수의 핵심 원리를 이해함으로써 100개 이상의 사실들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도록 하는 것이 학습량 적정화의 요체다.

둘째, 교과별로 제시된 학습 내용이 백과사전의 암기식 학습을 요구하는 내용인지 아니면 개념과 원리의 이해를 중시하는 내용인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암기보다 이해, 설명보다 학생의 능동적 탐구를 중시하는 교육과정 개발이야말로 2015 개정의 핵심적인 주안점이며 가장 큰 노력을 기울여 온 과제이기도 하다.

교과별 각론은 학생들의 학습 경험의 질을 좌우한다. 교육과정 개정이 실제 수업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는 결국 각론의 변화에 달려 있다. 교육에 관심을 둔 모든 사람이 교과별 각론 개발을 주목하며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해야 하는 이유이다.

황규호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교과별 교육과정#교사#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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