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물질보다 마음이 풍족해야 중산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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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新중산층 기준]
소득 기준으로 나누던 중산층 개념… 삶에 대한 인식 중시 시대로 진화

스마트폰 화면을 톡톡 터치하던 학생들이 가끔씩 고개를 갸웃했다. 선뜻 답하기 망설여지는 질문이 있는 듯했다. 찬찬히 12개 질문의 답을 다 선택하니 전체 응답자가 선택한 답이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에 떴다. 나지막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내 생각과 비슷해서 혹은 많이 달라서.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대 강의실에서 11명의 학생이 교육심리학 수업을 들은 뒤 직접 설문에 참여하고 결과를 확인했다. 전통적인 경제적 기준에 대해선 의견이 조금씩 달랐다. 김여진 씨(21·국어교육학과·여)는 “결국 경제적 여건이 여가와 여유를 결정한다고 본다”며 “경제적 요소를 떼놓은 중산층이 존재하긴 힘들지 않겠느냐”고 했다. 반면 김건호 씨(24·역사교육과)는 “소득을 기준으로 한 중산층이라는 단어가 이제 낡은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20대 학생들은 이제 중산층이 되려면 ‘삶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에 대체로 공감했다. 유재식 씨(21·동양화과)는 “주변에 미술을 하면서 물질적으로 풍족하지 않아도 스스로 만족감을 갖고 사는 사람이 많은데 그들이 중산층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동아일보와 함께 12개 문항의 설문을 설계하고 결과를 분석한 서울대 한국사회과학연구지원(SSK) 창의적 미래인재 양성사업단 신종호 교수팀도 이런 변화에 주목했다. 중산층이라는 개념 역시 진화할 때가 왔다는 것.

“옛날에는 지금보다 먹고살기 어려웠다” “우리 때는 변두리 단칸방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돈이 없으면 5000원씩 하는 스타벅스 커피 안 먹으면 되지”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여전히 있긴 있다. 하지만 끼니를 굶지 않는다고, 집에 TV 한 대 있다고 중산층이라고 믿는 사람은 요즘 없다.

이런 현상은 20대에서 더 뚜렷해진다. 이번 조사에서 ‘전세만 살아도 중산층’이라고 대답한 20대는 23.5%에 달해 청년실업이 젊은이들의 중산층 기준치를 점점 낮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국은 어떨까. 몇 해 전부터 인터넷을 중심으로 ‘프랑스 영국 미국의 중산층 기준’이라는 게시물이 유행한 적이 있다. “외국은 중산층 기준에 페어플레이 정신이나 요리·악기연주 항목이 들어가는데 역시 선진국은 다르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이는 편견이다. 다른 국가도 중산층과 상류층, 하위층을 가르는 제1 기준은 경제적 소득과 소유 여부다. 일부 학자는 음식을 먹은 뒤 ‘배부르니?’라고 물으면 하위층, ‘맛있었니?’라고 물으면 중산층, ‘분위기는 어땠니?’라고 물으면 상류층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다만 계량할 수 없는 가치에 대한 탐구는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계속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2013년 경제적 소득 이외에 사회적·문화적 항목을 제시하기도 했는데, 예를 들어 ‘당신 주변에서 교류하는 사람들의 직업을 모두 고르라’거나 ‘어떤 활동에 참여하는지 모두 고르라’고 하는 방식이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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