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서울대 연구팀, 3397명 설문… 정부 중위소득 기준은 月422만원
국민 경제적 눈높이 많이 높아지고 취미-여가-사회공헌 중요하게 여겨
‘100m²(약 30평) 넘는 주택을 소유하고 월 600만 원 이상 벌면서 매주 4시간 취미·레저 활동을 하고 자기계발과 기부에 각각 매달 10만 원, 5만 원씩은 쓰는 사람.’
동아일보와 동아닷컴, 서울대 한국사회과학연구지원(SSK) 창의적 미래인재 양성사업단 신종호 교수팀이 독자에게 ‘신(新)중산층의 기준’이 무엇인지 물어 얻은 결과다. ‘30평 아파트와 2000cc 자동차’로 대표되던 서민의 꿈 중산층. 이 기준이 낡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반영해 시도한 조사다. 그 결과 한국에도 자기만족을 추구한다는 뜻의 ‘만추(滿追·만족추구)시대’가 뿌리 내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달 14일부터 20일 동안 총 3397명이 선택한 신중산층의 최소 기준은 △월수입 600만 원(34.3%) △30평 이상 주택 소유(63.4%) △월 10만 원으로 자기계발(33.9%) △월 5만 원 기부(26%) 등이었다. 이제 한국에서 중산층이 되려면 서구 사회의 기준처럼 돈 외에도 취미와 레저, 사회 공헌, 가족과 함께 여가 보내기, 자기계발 같은 요소를 갖춰야 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정부가 내놓은 중산층 기준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5년 4인 가구의 중위소득은 422만2533원. 정부는 OECD 기준에 따라 중위소득의 50∼150%를 중산층으로 분류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211만여 원만 벌어도 중산층이지만 600만 원 이상 벌어야 중산층이라고 답한 대중과의 인식 격차는 상당하다. 신중산층이 자기만족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그만한 경제적 여유가 수반돼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중산층이 우리 사회를 이끄는 중심층(中心層)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인식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경제적 가치만 따지던 과거에 비해 진정한 의미의 중산층이 늘어난다는 점은 다행”이라며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이타적인 역할을 해나가야 할지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는 점은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라고 평가했다.
이번 조사는 컴퓨터나 스마트폰(web.donga.com/m-classtest)으로 응답을 마치면 실시간으로 결과를 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쌍방향) 방식으로 설계됐으며 지금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