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불량 복공판 주요 공사현장에 깔려…경찰 “전량 교체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3일 16시 35분


국내 주요 공사현장에 공급된 복공판 중 일부가 안전기준에 못 미치는 중국산 불량 제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복공판은 굴삭 공사를 할 때 도로 대신 설치하는 임시 자재로 무너지면 대형 사고가 날 가능성이 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중국산 복공판 1만4000여 장(33억 원 상당)을 수입해 시험 성적을 위조한 뒤 지하철과 교량 등 전국 14개 대형 건설현장에 납품한 A 사 대표 유모 씨(47)와 B 품질시험기관 부원장 나모 씨(68)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사는 국내 복공판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1위 업체다. A 사는 “한국 제품과 비슷하게 만들어 달라”고 요구해 만든 중국산 복공판을 수입했다. 이후 품질시험기관인 B 사에 부탁해 별도 시험 없이 원하는 하중 및 미끄럼저항 수치를 적은 허위 시험성적서 5장을 발급받아 납품했다. 또 기존에 받아 둔 시험성적서에서 안전기준을 통과한 내용만 오려붙인 가짜 시험성적서 5장을 만들기도 했다. A 사는 중국산 제품을 공급할 때 국산 제품과 일정 비율로 섞는 방법도 동원했다.

경찰이 A 사 복공판이 납품된 공사 현장 14곳을 점검한 결과 4곳의 복공판이 국토교통부 설계 기준에 미달됐다. 통상 복공판은 아래로 5mm 휘어질 때 13.44t 이상의 무게를 견뎌야 하지만 A 사의 중국산 복공판은 7.26~12.85t에서 5mm 이상 변형됐다.

불량 복공판이 납품된 곳은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 지하철 공사현장과 김포도시철도, 인천~김포 민자고속도로, 부산 천마산 터널, 수원~인천 복선전철 등이다. 김포도시철도 현장에는 아직 불량 복공판 일부가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김포도시철도 공사 현장 구간에는 60~60t에 이르는 군 탱크나 야포 등도 지나간다”며 “아직 사고가 난 적은 없지만 안전 위험이 큰 만큼 전량 교체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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