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헌법재판소장(63)은 13일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은 사실판단이 70∼80%, 가치판단이 20∼30% 정도 작용했지만 사실판단은 재판관 9명 모두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박 소장은 이날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후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특별강연에서 “통진당 해산 결정은 민주적 가치를 지키고 정치논쟁을 사법영역으로 끌어들여 교통 정리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말 통진당 해산 결정 이후 박 소장은 당시 결정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을 자제해 왔다. 현직 헌재 소장이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오후 전남대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된 강연 말미에 질의응답 시간이 주어지자 한 학생이 일어나 “통진당 해산 결정에 재판관의 가치 성향이 반영된 것인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박 소장은 “재판관들은 통진당의 목적,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며 “재판관들이 대법원에서 내란선동 혐의로 유죄를 받은 이석기 씨의 대한민국 체제 전복이 통진당 목적과 연결된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통진당 강령에는 내란 혐의에 대해 뚜렷하게 표현돼 있지 않지만 교육자료, 구성원 발언, 의사결정 과정 등을 보면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종한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통진당 혁명조직(RO)을 놓고 일부 이견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다수 재판관이 주사파가 통진당을 장악하고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박 소장은 앞서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헌화 분향한 뒤 윤상원 박기순 열사의 합장묘와 박관현 열사의 묘를 참배했다. 박 소장은 방명록에 ‘5·18정신은 우리 민주주의 역사이자 희망입니다’라고 적었다. 박 소장은 참배를 마치고 “헌재는 5·18정신을 바탕으로 1987년 태동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1995년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 직후인 1996년부터 2년가량 광주지검 부장검사로 일한 인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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