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軍생활때 괴롭힘 당해… 전역후 혼자 욕하고 고함 질러”
이웃들 “소주병 들고 활보 등 불안정”… 최근 1m 일본도 소지 허가 받아
총기를 난사한 최모 씨(23·사망)의 유서에는 심한 우울감, 무력감과 함께 강한 범행 의지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최 씨는 유서에서 “왜 살아가는지, 무슨 목적으로 사는지 모르겠다”며 “내 자아와 자존감, 내·외적인 것들 모두가 싫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을 다 죽여버리고 나도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박증이 되어간다”고 덧붙였다.
일반전방소초(GOP)에서 군 생활 당시 부대원들을 죽이고 자살하지 못한 걸 후회하면서 “내일 (예비군 훈련에서) 사격을 한다. 다 죽여버리고 나는 자살하고 싶다”는 섬뜩한 말을 남겼다. 총기 난사가 우발적 행동이 아닌 계획범죄임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최 씨와 함께 서울 송파구의 한 빌라에서 살고 있는 이모 A 씨는 1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조카가 제대 3개월 전부터 ‘죽고 싶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또 “조카가 후임들 앞에 누운 채로 ‘이대로 잠들고 싶다’고 말했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A 씨에 따르면 최 씨는 경기 연천군의 한 부대에서 생활할 때 선임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B급 관심병사’ 판정을 받아 후방 부대로 전출됐다고 한다. 최 씨는 내성적인 성격 탓에 새 부대에서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전역 후) 조카가 샤워기를 틀어놓고 갑자기 욕을 하거나 옥상에 올라가 소리를 질렀다”며 “누구에게 욕을 한 것인지 물어보면 ‘(나를) 괴롭힌 선임 생각만 하면 화가 난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제대 후 잠실역 인근에서 막노동을 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용접학원을 다녔다. 그러나 취업에 번번이 실패했고 그때마다 “잘못된 군 생활 때문에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A 씨는 “예비군 훈련을 가면 실탄을 만지게 돼 걱정을 했다”며 “조카가 어머니에게 위병소까지 태워달라고 했는데 ‘짐도 없으니 혼자 가라’는 말을 들었다. 홀로 보낸 것이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A 씨는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자 분들에게 너무나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가족과 주민들에 따르면 최 씨는 최근 수차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근처 빌라의 한 주민은 “최 씨가 웃옷을 벗고 옥상에 올라가거나 소주병을 들고 거리를 활보했다”고 전했다.
또 최 씨는 1일 송파경찰서로부터 도검소지허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 씨가 허가받은 도검은 일본도로 길이가 1.1m(날 길이 72cm)에 이른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경찰서에 도검소지허가 신청서를 내면서 사용 목적을 ‘수련용’이라고 명시했다. 총포·도검·화약류 단속법상 도검은 날 길이가 15cm 이상인 칼, 검, 창 등으로 흉기로 쓰일 수 있는 것을 뜻한다. 심신장애로 변별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나 마약 등 항정신성의약품 또는 알코올의존증환자 등은 소지할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전과가 없고 현행법상 운전면허증이 있으면 따로 신체검사를 할 필요가 없는 만큼 운전면허가 있는 최 씨의 신체상태를 검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