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일가족 5명 숨진채 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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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30대男 투신… “힘들다” 유서, 집에는 부모-누나-조카 목졸린 흔적

부산에서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업 실패와 생활고, 빚에 쪼들리다 벼랑 끝에 몰리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13일 오전 7시경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 4층 덱 위에 송모 씨(38)가 추락해 숨져 있는 것을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발견해 신고했다. 송 씨의 집 안에는 송 씨의 아버지(67)와 어머니(64), 누나(41), 조카(8) 등 4명이 거실에 깔린 이불 위에 나란히 누워 숨져 있었다. 4명 모두에게서 목이 졸린 흔적이 발견됐다. 주방과 거실에는 빈 소주병이 여럿 있었다.

송 씨는 친구 등에게 “마지막까지 버텼지만 너무 힘들다. 미안하다”는 취지의 유서 6장을 남겼다. 경찰은 송 씨를 제외한 가족 4명이 12일 새벽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송 씨 아버지도 “자식을 잘못 키워 참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다”며 자신의 누나에게 유서를 남겼다. 경찰은 사실상 이들이 함께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결과 숨진 송 씨 가족은 2010년부터 이 집에서 함께 살았다. 송 씨 누나의 전남편은 2012년 이혼 후 집을 떠났다. 유족들은 경찰에서 “송 씨가 매형과 고철 사업을 하다 망한 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힘들어했다”고 진술했다. 송 씨의 사업 실패 후 음악을 전공한 누나가 교습소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140m²의 집에 보증금 3000만 원, 월세 150만 원을 내고 살았다. 그러나 장기간 월세를 내지 못했고 보증금까지 소진돼 집주인에게 600만 원을 빚진 상태였다. 최근 7개월간 관리비도 내지 못해 결국 15일 집을 비워야 하는 처지였지만 마땅한 거처를 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거실에서 발견된 가족은 목이 졸린 것 같지만 반항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생활고#일가족#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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