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분실 마약가방 찾으러 파출소에 간 ‘간큰 男’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8일 03시 00분


경찰, 가방속 명함보고 연락… 30대 “최음제로 알고 샀다”

14일 서울 강남경찰서 논현1파출소 경찰관들은 분실물로 신고가 들어온 명품 가방의 내용물을 확인하고 있었다. 가방 주인이 누군지 확인할 수 있는 물건을 찾던 경찰은 흰색 가루가 담긴 원통형 캡슐과 담배 파이프 모양의 은박지, 명함을 발견했다. 캡슐 속의 흰색 가루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이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필로폰의 일종인 ‘아이스’와 캡슐 모양이 일치했다. 은박지는 필로폰을 투약하는 데 쓰는 흡입 도구와 비슷했다.

경찰은 명함에 적힌 허모 씨(33)에게 즉시 전화를 걸어 “편의점에 놓고 간 가방을 파출소에서 찾아가라”고 했다. 20분쯤 뒤 가방을 찾으러 파출소에 온 허 씨는 경찰이 마약 소지 혐의를 추궁하자 “최음제인 줄 알고 구입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허 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성형외과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허 씨는 3월 초 필리핀에 여행을 갔다가 현지 유흥업소에서 만난 여성에게 15만 원 상당의 필로폰을 구입했다. 허 씨는 필로폰 일부를 여성과 함께 투약한 뒤 남은 것을 옷가방에 넣어 귀국했다. 허 씨는 귀국 후에도 필로폰을 투약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허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주거가 일정해 도주 우려가 없고 동종 전과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경찰은 허 씨가 국내로 반입한 필로폰이 더 있는지 추가 조사할 방침이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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