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낮 12시 옛 전남도청 앞 민주의 종각. 35년 전 옛 전남도청 앞 광장을 가득 메웠던 민주화의 함성이 종소리로 다시 살아났다. 민주와 평화, 영호남 화합의 염원을 담은 종소리가 33차례 퍼져 나갔다.
민주의 종은 민주와 인권, 평화의 도시 광주를 상징하는 의미를 담아 2005년 제작됐다. 민주의 종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앞 5·18민주평화광장에 세워진 민주의 종각에 안치됐다. 성금 14억6000만 원으로 완성된 민주의 종은 무게 30.5t, 높이 4.2m, 바깥지름 2.5m로 국내 최대 규모다. 종 몸체에 새겨진 ‘민주의 종’ 글씨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썼다.
민주의 종은 납품된 뒤 종에 균열이 간 사실이 알려져 다시 제작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제작 이후 그동안 3·1절, 시민의 날, 제야의 타종식 등 16번 울려 퍼졌다. 5·18민주화운동을 기리기 위해 타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년 만에 이뤄진 5·18민주화운동 추모 첫 타종식에는 모두 16명이 참여했다. 33번의 타종 가운데 앞부분 17차례 타종은 정의화 국회의장,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차명석 5·18기념재단 이사장, 김후식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장, 김정길 5·18기념행사위원회 상임위원장, 윤장현 광주시장, 권영진 대구시장, 이낙연 전남지사가 참석했다. 후반부 16차례 타종에는 벽안의 남성 한 명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5·18민주화운동 등 한국의 민중운동 연구에 조예가 깊은 미국의 정치사회학자인 웬트워스대 조지 카치아피카스 교수다. 카치아피카스 교수는 21일 광주시민의 날 행사에서 명예시민증을 받는다. 프랑스 68혁명에 관한 저서 ‘신좌파의 상상력’으로 잘 알려진 그는 아시아 각국의 민중 운동에 깊은 관심을 보여 왔다. 그는 한때 전남대 객원교수를 했고 2010년에는 5·18의 세계화에 기여한 공로로 오월어머니상을 받았다. 한국과 아시아 각국의 항쟁을 기록한 책 한국의 민중 봉기, 아시아의 민중 봉기를 출간하기도 했다.
후반부 타종 때는 이동희 대구시의회 의장도 참여해 영호남이 함께 5·18민주화운동을 기리고, 영호남 화합을 기원했다. 대구시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대규모 방문단을 파견했다. 방문단은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도 참석했다. 방문단은 달빛동맹(달구벌 대구, 빛고을 광주)을 강화하기 위해 광주를 찾았다. 두 도시는 앞으로 함께 진행할 민간 교류 사업 추진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할 달빛동맹 민관협력위원회 창립총회도 열었다.
한편 5·18기념재단은 이날 광주 서구 쌍촌동 5·18문화센터에서 2015 광주인권상 시상식을 열었다. 2015 광주인권상 수상자 라티파 아눔 시레가르 씨는 인도네시아 분쟁 지역인 웨스트파푸아에서 평화운동을 펼치고 있는 인권 변호사다. 그는 인도네시아 파푸아 지방의회 법률·인권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내며 지역 평화를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다. 그는 군부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납치, 방화 협박을 받았지만 굴복하지 않고 지역 평화운동을 이끌어 냈다.
2015 광주인권상 특별상 수상자인 라오스의 솜바스 솜폰 씨는 2012년 경찰서 앞에서 행방불명됐다. 그의 피랍 장면은 경찰서 폐쇄회로(CC)TV에 촬영됐지만 라오스 정부는 그의 실종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5·18기념재단은 솜폰 씨가 안전하게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라오스 당국이 적절한 조치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시상식에는 그의 부인이 대신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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