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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수당 존재 몇년전에야 알아”… 국회 앞에서 특별법 제정 요구
당시 정부 “지급대상 아니다” 거부
18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 맞은편 인도. 소복을 입은 ‘월남 참전자 미망인회’ 회원 30여 명이 ‘전투수당을 돌려 달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섰다. 이들은 정부가 참전 장병에게 주지 않은 전투수당을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11일부터 무기한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미망인회는 베트남전 참전 사망자 부인을 약 1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발단은 한국 정부가 베트남전에 전투부대를 파병한 시기(1964∼1973년)로 거슬러 올라간다. 옛 ‘군인보수법’은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전투에 종사하는 자’에게 전투근무수당을 준다고 규정했지만, 당시 정부는 베트남전이 국가비상사태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전투근무수당을 주지 않았다. 정부는 그 대신 미국과의 각서를 통해 지원받은 ‘해외 파견 근무수당’을 지급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베트남전 참전은) 국가비상사태가 아닌 외교·군사정책이었다”고 설명했다.
법적 근거와 별개로 정부도 전투수당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었다. 국방부가 2005년 공개한 ‘베트남전 관련 문서’에 따르면 국방부 인사국은 1969년 4월 기안한 ‘파월 장병 처우개선’ 문서에서 “해외 근무수당은 해외 근무를 위한 본인 및 국내 가족의 생계유지비이며, 전투 위험에 대한 보상 급여가 아니다. 전투 근무 위험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당시 미국에 전투수당 지급을 요구하며 협의했지만 미국 측이 반대해 무산됐다.
참전자와 그 부인들은 오랫동안 이런 사실을 몰랐다. 김원득 세계월남참전자 대한민국권익위원회 위원장(68)은 “1968년 참전 당시 매달 45달러 정도를 받았는데 막연히 ‘급료(봉급)’로 들었지 어떤 수당인지는 못 들었다. 몇 년 전에야 전투수당에 대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미망인회는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받은 수당 일부를 전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고 이세호 주월 한국군 사령관이 2012년 4월 베트남전 참전자 100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미국이 장병 1인당 월 500달러 정도의 전투수당을 지원했는데, 정부가 약 50달러를 장병에게 줬고, 나머지는 경제개발에 썼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미망인회는 이를 근거로 “미국이 지원한 수당엔 해외 근무수당뿐 아니라 전투수당도 포함돼 있었다. 국민의 혈세를 달라는 게 아니라 정부가 가로챈 참전 수당을 돌려 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 사령관이 그해 10월 한 인터뷰를 통해 ‘당시 강연에서 한 말이 와전됐다’고 이미 밝혔다. 미국이 지원한 수당의 10분의 1은 현지에서 지급하고 나머지는 한국의 가족이 받아 써서 경제에 이바지했다는 뜻으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당시 정부가 파월 장병들에게 지급해야 할 보수 중 주지 않은 돈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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