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와 상주시가 투자 기업과의 소송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자체들은 사업 추진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나 기업들은 무리한 행정 때문이라며 맞서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최근 포항시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2008년부터 추진한 테크노파크 산업2단지 조성사업의 실패 책임이 포항시에 있다며 투자 손실금 92억4000만 원을 돌려 달라는 내용이다. 사업이 무산될 경우 책임 소재를 가려 손실금을 분담하기로 한 협약 조항을 내세우고 있다.
포항시는 2019년까지 남구 연일읍 학전리 일대 165만9000m²에 테크노파크 2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5개 건설사 등과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곳은 상수원보호구역(반경 10km)이어서 환경청은 산업단지 조성을 허가하지 않았고 결국 2년 전 사업이 무산됐다. 당시 자본금 약 300억 원 가운데 운영비와 금융비용 등으로 이미 171억4000여만 원을 쓴 상태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포항시가 상수도보호구역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입지 선정을 해놓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해 손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다른 투자 기업의 소송도 예상된다. 서희건설과 동양종합건설, 포스코ICT 등이 이번 소송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일부는 지난해 말부터 투자한 돈을 돌려 달라며 포항시에 반환 요청 공문을 보내고 있다.
포항시는 투자의 모든 책임을 지자체가 질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만약 시가 패소하면 당시 사업을 최종 결정한 전임 시장에게 구상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여론까지 있다. 결과를 떠나 이번 소송으로 행정 신뢰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최근 상주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협약대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아 투자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는 주장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낸 소장에는 사업 지연으로 21억7000만 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돼 있다. 한국타이어는 2020년까지 2535억 원을 들여 상주시 공검면 동막리 일대 120만여 m²에 타이어 주행시험장을 건립하기로 했다. 2013년 상주시와 투자유치 협약을 맺었고 최근까지 현장 사무실 설치와 인력 파견 등으로 50억 원가량을 썼다. 상주시도 전담부서를 구성하는 등 행정 지원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사업 추진은 삐걱거렸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정백 상주시장이 일부 주민 반대 여론을 고려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지난해 7월 한국타이어의 산업단지 계획 승인을 반려한 데 이어 9월에는 토지 보상 업무 지원과 전담 인력을 철수하는 등 지원을 중단했다. 신규 고용 인원 부족과 타이어 마모에 따른 미세먼지 및 소음 발생 등 주민들의 반대 이유를 내세웠다. 한국타이어는 소송과 함께 협약 해지와 투자 계획을 철회한 상태다.
상주시는 한국타이어가 반대 주민 설득과 지역발전 방안수립에 소홀했다며 맞서고 있다. 상주시 관계자는 “주민 찬반 집회가 열리는 등 주행시험장 건립을 놓고 여론이 갈리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행정 지원 문제로만 여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상주시의회와 상주상공회의소 등은 기업 유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사례를 남길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