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새만금 내부 55% 육지화… 농업용지 조성 한창

새만금 어떻게 돼가나… 군산쪽 산업단지엔 공장건립 분주
도로 건설 등 SOC개발 급물살… 산업-관광시설 본격가동 아직 멀어

2010년 4월 새만금 외곽 방조제가 준공됐다. 착공한 지 20년 만이다. 다시 5년이 흐른 뒤 최근 찾은 새만금 내부는 빠르게 육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물로 가득 찼던 새만금 방조제 안쪽 전체 면적의 절반 이상(55%)이 물이 빠지고 광활한 땅으로 바뀌어 있었다.

새만금은 전북 부안과 군산 사이 바다를 세계에서 가장 긴 33.9km의 방조제로 막아 서울시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409km²(약 4만900ha·1억2300만 평)에 명품도시와 산업단지, 농업용지, 관광레저용지를 조성하는 대역사다.

○ 새만금 내부 55% 육지화

전북 김제시 진봉면 심포리 거전마을. 과거 동진강이 서해와 만나는 끝자락으로 갯벌체험장으로 알려졌던 곳이지만 지금은 바다 위에 땅이 생기면서 아스팔트 도로가 뚫려 차량이 달리고 있었다. 바로 새만금 농업용지 5공구 조성공사 현장이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켜 논 스마트폰에서는 경고음이 울린다. 경로를 벗어나 바다 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2년 전만 해도 바다였던 이곳은 무성하게 자란 풀숲 사이로 갈매기 대신 꿩이 날고 고라니도 눈에 띄었다. 옅은 해무가 끼긴 했지만 새롭게 드러난 땅만 해도 끝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광활하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중장비 150여 대를 투입해 공사를 하고 있는데 땅이 워낙 넓어 어디서 작업을 하고 있는지 잘 보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7개 공구(9430ha)로 나뉜 농업용지는 2020년 완공돼 대형 영농법인이 운영할 최첨단 농장으로 조성되고 나머지 용지는 생태관광과 미래 식량 부족에 대비한 영농부지로 활용된다.

19일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현재 새만금 전체 부지의 55%가량이 노출부지로 변모했다. 땅이 드러난 노출률은 관광레저용지와 농생명부지가 각각 88%와 80%에 이르고, 산업연구부지 41%, 국제협력부지가 27%였다. 생태환경부지는 4%로 더딘 편이다. 새만금으로 흘러드는 동진강과 만경강의 물길을 잡기 위해 강 양쪽에 68.2km의 방수제를 쌓으면서 둑(방수제) 바깥의 육지 쪽부터 땅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방수제 공사는 83%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군산 쪽 산업단지는 전체 9공구(1879ha) 가운데 1공구(190ha)·2공구(255ha)의 매립이 완료된 가운데 OCISE와 도레이, 솔베이가 공장 건립에 들어갔다. 올해는 5공구의 매립이 한창 진행 중이다. 새만금을 십자 형태로 가로지르는 동서 2축 도로 건설 사업이 6월 착공되고 남북 2축 도로도 내년에 실시 설계에 들어가는 등 새만금 내부 사회간접자본(SOC) 개발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새만금 신항만도 2020년까지 1단계(4선석) 접안시설을 완공할 계획이다.

○아직도 산 넘어 산

새만금에 도시가 들어서고 산업단지와 관광시설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까지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지금까지 진행됐던 투자협약 중 상당수는 공수표가 되고 있다. 2009년 이후 새만금에 투자협약을 체결한 기업 80곳 중 공장을 짓거나 입주계약을 체결한 기업은 5곳이 전부다. 나머지 75개 업체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2조 원대의 투자를 계약한 OCI는 태양광 산업 침체로 주춤거리고 대규모 농업법인도 계약대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삼성그룹은 2011년 새만금에 2021년부터 7조6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최종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새만금 내부에 새로 생긴 땅에 대한 소유권을 놓고 전북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은 여전히 소송 중이다. 현재 중앙분쟁조정위원회에 계류 중이지만 3개 시군 간 조정이 어려워 해결까지는 상당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북도와 새만금개발청은 지난해 7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새만금에 한중 경협단지를 추진하기로 합의한 데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이나 국내의 앵커기업 유치가 우선 과제이며 통관 간소화 등 규제 특례가 도입될 경우 중국 진출을 노리는 국내외 기업들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를 등에 업고 새만금으로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희숙 전북도 새만금추진지원단장은 “2020년까지 새만금 내부에 도로 공항 철도 항만 등 인프라를 갖추고 나면 기업들이 찾아오고 민자 투자가 활발해질 것”이라며 “새만금사업은 역사상 전례가 없는 대규모의 다용도 부지를 갖춘 국가적 프로젝트인 만큼 정부가 규제특례 등에 있어 전혀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