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활]모디 총리의 ‘인도 바꾸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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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인도 델리대의 라지 크리슈나 교수는 ‘힌두 성장속도’란 말을 만들었다. 힌두교도가 많은 인도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3.5%에 불과한 현실을 지칭하는 조어(造語)다. 당시 박정희 정부의 한국이 기록한 10%대의 고도성장과 비교하면 3분의 1에 불과했다. 1947년 독립한 인도는 정치적 민주주의를 꽃피웠지만 경제적으로는 ‘네루식 사회주의’가 남긴 반(反)시장-반개방 정책 탓에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인도는 1991년 경제위기에 몰리고서야 시장 개방의 경제 개혁에 착수했다.

▷오랜 사회주의 경제가 키운 규제 만능의 관료주의, 모든 것을 신의 뜻으로 돌리는 특유의 문화가 쉽게 사라질 리 없다. 작년 5월 취임한 빈민 출신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성장, 시장, 기업, 개방을 중시하는 모디노믹스로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인도가 7.5% 성장해 중국(6.8%)을 웃돌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에 과거 인도를 압도했던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3%대 초반이다. 1인당 국민소득 2만8100달러의 한국과 1626달러의 인도 성장률을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격세지감의 변화다.

▷미국 저널리스트 로빈 메레디스는 저서 ‘코끼리와 용’에서 “수십 년 뒤 세계엔 미국 인도 중국이라는 세 개의 강대국이 존재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코끼리는 인도를, 용은 중국을 가리킨다. 카말 나트 전 인도 상무장관은 “중국은 단거리 경주에서 이겼지만 인도는 마라톤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모디노믹스의 성공은 인도가 약진할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인도에 이른바 국회선진화법 같은 악법까진 없지만 격렬한 정파 간 대립, 뿌리 깊은 좌파의 입김, 정치화한 노조의 존재는 한국과 비슷하다. 정치권과 관료사회 곳곳에 박힌 부패구조도 경제 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도 모디 총리는 일관되게 우회전 깜빡이를 켜는 개혁으로 국내외 경제계의 신뢰를 얻고 성과를 쌓고 있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법이긴 하지만 한국에서도 모디 같은 정치인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모디#힌두 성장속도#코끼리와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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