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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2일 03시 00분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5월의 주제는 ‘문화예절’]<95>영상-음원 추출 얌체족

모 영상제작 회사에 근무하는 A 씨(28)는 동영상이나 음원이 필요할 땐 ‘영상(음원)추출 프로그램’을 애용한다. 유튜브 등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에 올라온 영상과 음원을 무료로 다운로드하는 프로그램이다. A 씨는 “처음에는 제작자에게 (사용) 허락을 받기 위해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이 오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 이제는 그냥 쓴다”며 “사용자도 넘쳐나고 파일공유(P2P) 사이트를 이용한 것도 아니라서 ‘불법’이란 생각에 죄책감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영상이나 음악을 실시간으로 녹화·녹음해 다운로드하게 하는 프로그램과 사이트가 많아지면서 덩달아 이를 악용해 콘텐츠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얌체족’도 늘고 있다. 이들은 이미 ‘불법’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P2P 사이트와는 달리 이런 방식은 ‘합법적’이라고 자기 최면을 걸어가며 남의 콘텐츠를 훔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유명 포털 사이트에는 ‘쉽게 영상, 음원 내려받을 수 있는 방법’이 하루에도 수십 건 올라온다. 생활정보를 공유한다며 블로그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공연하게 올리는 글이다. 인터넷상의 동영상을 검색해서 다운로드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추천하거나 동영상 주소를 복사하면 그 음원을 mp3파일로 변환하는 사이트를 알려주는 방식인데 “편하고 대중적이어서 추천한다”면서도 “불법이 아니다” “(이런 일로) 잡혀갈 일은 없으니 편하게 써도 된다”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홍훈기 저작권보호센터 사이버팀장은 “과도를 과일 깎는 데 쓰면 유용한 도구이지만 사람을 찌르는 데 썼다면 명백한 불법”이라며 “이 프로그램과 사이트 자체를 처벌할 수는 없지만 이를 이용해 제작자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녹화하거나 녹음했다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곡가 강모 씨(28)는 “음원을 만들어 돈을 벌 수 없으니 하고 싶은 음악을 포기하는 음악가도 많다”며 “여전히 성행하는 불법 다운로드가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 발전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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