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고초려’를 하고서야 헬리콥터에 탈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공군 훈련 때문에, 안개 낀 날씨 탓에 두 번이나 퇴짜를 맞은 뒤였다. 기자 커플은 15일간의 긴 기다림 끝에 20일 오전 서울 하늘로 날아올랐다. 4인승 소형 헬기(R-44Ⅱ)가 300m 상공에 도착하기까지는 단 15초면 충분했다.
한강 헬기투어는 재작년 10월 시작됐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활성화된 헬기관광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서울 송파구 잠실헬기장에서 헬기를 타면 누구나 광나루 여의도는 물론이고 서울 밖 팔당댐(경기 하남시)까지 날아서 갈 수 있다.
사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게 권할 만한 데이트는 아니다. 기자도 한동안 망설였다. 잔디밭에 살포시 내려앉은 11.6m 길이의 헬기에 다가가는 순간에도 ‘그만둘까’라는 말이 입속에서 뱅뱅 돌았다. 하지만 남자의 자존심 탓에 결국 여의도행 헬기 뒷좌석에 몸을 실었다.
조종간은 15년 경력의 민용기 기장(44)이 잡았다. 이륙은 순식간이었다. 물론 일반 여객기보다 불편했다. 많이 흔들리고 시끄럽다. 그러나 확실한 건 하늘에서 바라보는 서울 풍경이 “정말 멋있다”는 것이다. 헤드셋에서 “오늘 날씨 정말 좋죠. 이런 날씨에는 서해까지 다 보입니다”는 민 기장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순간 민 기장의 왼손 끝이 서쪽을 향했다. 고층 건물 5, 6동이 저 멀리 희미하게 보였다. 인천 송도지구였다.
시속 170km의 속도로 헬기가 여의도 상공을 찍고 잠실로 되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은 15분. 우려했던 안전문제는 아무것도 발생하지 않았다. 헬기 운영사인 블루에어 최종석 이사는 “매주 2, 3회 직접 헬기를 타고 상태를 살핀다”며 “2013년 삼성동 아이파크 헬기 사고, 세월호 참사 이후 더욱 경각심을 갖고 정비에 신경 쓴다”고 강조했다.
서울에서 가장 이색적인 데이트가 될 수 있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일반 관광 프로그램보다 비싼(여의도 코스 1인당 17만 원. 팔당댐 코스는 최대 3명 1회 99만 원) 가격이 부담이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한 번 정도 특별한 이벤트를 해주고 싶다면 여의도 코스를 고려할 만하다.
요즘 헬기에 오르는 관광객 대부분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중국인 관광객들. 최근 1년간(2014년 4월∼올해 5월) 헬기 이용객 9100명 중 중국인들이 72%를 차지했다. 최 이사는 “항공유나 정비비용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지만 평생 남을 특별한 데이트나 프러포즈를 원하는 남녀라면 누구나 도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문의는 블루에어 홈페이지(blueairlines.co.kr/) 또는 02-2203-8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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